13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연방의회의사당에 주방위군 소속 군인들이 이동하고 있다./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을 닷새 앞둔 15일(현지시간) 당국이 워싱턴DC 중심 지대인 내셔널 몰을 폐쇄하는 등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극렬 지지층의 의회 난입 같은 폭력사태 우려가 갈수록 고조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립공원관리청(NPS)은 비밀경호국(SS) 요청에 따라 이날 오전 11시부터 취임식 이튿날인 21일까지 국토안보부가 지정한 ‘국가특별보안행사’ 구역 내 내셔널 몰 지역 대부분을 임시 폐쇄키로 했다고 정치전문매체 더힐이 보도했다.
내셔널 몰은 백악관 인근의 링컨기념관과 워싱턴기념탑, 의사당까지 잇는 공원으로, 예년 같으면 미 대통령 취임식이 열리는 의사당에서 내셔널 몰까지 수십만 명의 인파가 쏠린다.
NPS는 다만 미 해군 기념관과 존 마셜 공원 인근 지역은 허가를 받은 집회 지역으로 설정하는 등 수정헌법 1조(언론·종교·집회의 자유를 규정한 조항)에 따른 활동은 지정 지역에 한해 허가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제한된 수의 인원만이 지정 구역에 들어갈 수 있고, 이들은 입장 전에 검문을 받아야 한다. 취임식을 준비하는 모든 인원도 비밀경호국의 허가 절차를 거쳐야 한다.
또 집회 참가자를 위해 마련된 구역 근처에 미디어를 위해 별도 공간이 마련되고, 이들 역시 비밀경호국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내셔널 몰과 기념공원 관리자인 제프 레인볼드는 성명을 내고 “임시 폐쇄는 취임식 기간 우리 도시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그는 “NPS, 워싱턴DC, 경찰, 비밀경호국 등 모든 연방·지역 법 집행기관 및 공공 안전 파트너들과 함께 협력해 우리나라 수도와 주민, 내셔널 몰에 있는 기념비·기념물의 안전을 보장하려는 계획을 수립했다”고 덧붙였다.
인부들이 14일 백악관으로 연결되는 인근 도로에 펜스를 설치하고 있다. /연합뉴스
워싱턴포스트(WP)는 이와 관련, 비밀경호국은 워싱턴DC 중심부에 그린존(Green Zone)과 레드존(Red Zone)을 각각 지정했다고 전했다.
레드존에는 특별 허가를 받은 차량만 진입할 수 있고, 그린존에는 해당 지역과의 관련성이 확인된 차량, 주민, 사업자만 통과할 수 있다.
WP는 “그린존 지정은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미국의 분투를 상징하는 고도로 요새화된 구역과의 비교를 촉발했다”며 당국이 의사당 폭동사태 재발을 막고자 치안 강화에 주력하고 있지만 워싱턴 거주민은 비현실적인 감정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그린존이란 용어는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후 수도 바그다드 중심부의 고도 경비 지역을 의미하면서 널리 알려지게 됐다. 미 대사관 등 공관과 관공서가 삼엄한 검문소가 있는 높은 콘크리트 벽에 둘러싸여 있다. 미 연방수사국(FBI)이 취임식 전후 워싱턴DC와 미 전역 50개 주 주도에서 동시다발 폭력 발생 가능성이 있다는 첩보를 입수함에 따라 중앙 및 주 정부 당국은 추가 폭력 사태 차단을 위해 행정력을 총동원하고 있다. 워싱턴DC에는 주방위군 2만5천 명이 동원된다. 중심가 도로는 며칠 전부터 통제가 시작됐으며, 이날부터 내셔널 몰과 의사당 주변 13개 지하철역이 폐쇄됐다.
미 항공사들은 워싱턴DC로 향하는 항공기의 총기 운송을 전면 금지했고, 숙박공유업체 에어비앤비는 취임식 주간에 워싱턴DC 지역 숙박 예약을 모두 취소했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