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경기도 고양시의 한 카페에서 업주와 가족들이 매장 내 영업 재개에 대비해 실내 곳곳을 소독 및 청소하며 손님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정부는 18일부터 카페에서도 오후 9시까지 매장 내 취식을 허용하는 등 사회적 거리 두기 일부 수칙을 완화하기로 했다. /고양=오승현기자
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 조정안에 따라 18일부터 헬스장, 당구장, 스크린 골프 등 실내 체육 시설과 노래 연습장은 제한적으로나마 운영이 재개된다. 포장·배달만 허용됐던 카페는 식당처럼 오후 9시까지 매장에 앉아서 취식할 수 있다. 관련 업계는 이번 조치로 “숨통은 트였다”며 반기고 있지만 일부 방역 지침이 불명확하거나 업종별 특성에 맞지 않아 “현장 적용이 어렵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17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기존 사회적 거리 두기(수도권 2.5단계, 비수도권 2단계) 조치가 오는 31일까지 2주간 연장 적용된다. 방역 효과가 컸던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조치도 유지된다.
일부 조치는 완화하기로 했다. 수도권에서는 헬스장, 당구장, 스크린 골프 등 실내 체육 시설과 노래 연습장, 방문판매, 학원, 실내 스탠딩 공연장 등 11만 2,000개 다중이용시설의 운영이 재개된다. 다만 오후 9시 이후 다음날 오전 5시까지는 운영이 중단되고 같은 시간대 이용 인원은 원칙적으로 8㎡(약 2.4평)당 1명으로 제한된다. 전국 19만 개 카페의 매장 영업도 가능해졌다. 오후 9시까지 매장에서 취식이 가능하지만 2명 이상이 커피, 음료, 간단한 디저트류만 주문한 경우에는 1시간 이내만 머물도록 권고했다. 음식을 먹지 않을 때는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1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자영업자들은 일부 영업을 재개할 수 있게 된 것을 환영하면서도 일부 업종에서는 “현실성이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카페 업종이 대표적이다. 카페 업주 A씨는 “매장에 방문한 손님마다 일일이 1시간 이내로 매장 방문 시간을 준수하도록 하는 게 쉽지 않다”며 “1시간 후에 다른 음료를 시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헬스장을 오후 9시 이후 문을 닫도록 한 것도 현실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경기도에서 헬스장을 운영하는 B씨는 “직장인들은 대부분 퇴근 후인 오후 7시 이후에 운동을 하러 오는데 9시까지만 운영하면 오히려 대규모 인원이 한꺼번에 몰릴 수 있다”면서 “시간제한을 없애야 오히려 인원을 분산시켜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노래 연습장, 주점 등 업종의 관계자들은 오후 9시 이후 영업 제한으로 실질적 완화 효과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C씨는 “주점은 오후 7시부터 본격적 영업이 시작되는데 9시에 문을 닫으라는 것은 장사를 하지 말라는 얘기”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중앙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방역 협력에도 균열이 생기고 있다. 대구시는 지난 16일 자체적으로 카페·식당 등의 영업금지 시간을 오후 11시로 연장했다. 하지만 방역당국이 ‘유감’을 밝히며 재논의 하겠다고 밝히자 대구시는 이날 밤 늦게 영업시간 연장 방침을 긴급 철회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사전 협의 없이 대구시가 발표하는 바람에 상당히 많은 지자체들이 문제를 제기했다”고 전했다. 대구시는 “거리두기 단계에 따른 시설별 표준 수칙은 지역 상황에 따라 지자체장이 조정 가능하다는 중수본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결정한 사안으로, 당초 중수본에서 요구한 협조사항을 충실히 준수했다”고 밝혔다. 경북 경주시도 독자적으로 카페와 식당 등의 영업시간을 오후 11시까지로 연장해 발표했다가 이날 오후 돌연 영업시간 연장 방침을 철회했다. /이주원·심기문·백주원기자 joowonmai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