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5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계획 등 새정부 출범 초 주요 조치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14일(현지 시간) 약 1조9,000억 달러(약 2,096조 원) 규모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지원책을 내놓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다음 달 대규모 인프라·에너지 투자 계획을 발표한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함께 부양책을 통해 미국 경제를 계속 떠받치겠다는 것이다. 다만 정부 부채 급증과 과잉 유동성에 따른 자산 가격 급등에 이 같은 정책이 지속 가능하냐는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
16일 바이든 인수위원회에 따르면 바이든 경제팀은 1단계 코로나19 지원책에 이어 2단계로 연구개발(R&D)과 제조, 사회 기반 시설, 친환경 에너지 등에 투자하는 ‘더 나은 재건 회복계획(Build Back Better Recovery Plan)’을 준비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수백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도로와 다리, 항구 시설 보완을 비롯해 인공지능(AI)과 생명공학, 배터리 기술, 태양광 등에 대한 지원이 이뤄진다. 정확한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앞서 바이든 당선인은 인프라스트럭처에 2조 달러를 투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바이든 당선인이 추가로 대규모 정부 지출을 생각하고 있는 것은 미국 경제가 아직 완전한 회복의 길로 들어서지 않은 데다 이번 기회에 미국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의도다. 실제 약 1,800만 명에 달하는 미국인들이 실업 급여를 받고 있으며 약 40만 개의 중소기업이 코로나19로 문을 닫았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을 지낸 제이슨 퍼먼 하버드대 교수는 지난달 브루킹스연구소와의 대담에서 “금리가 제로인 상황에서 지출을 늘리면 부채가 증가하지만 국내총생산(GDP)이 더 증가해 GDP 대비 부채를 낮춘다”며 차기 바이든 정부의 재정 확대 정책의 배경을 설명했다. 바이든 당선인도 이익이 비용을 능가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고려하면 돈 풀기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공화당의 반대로 추가 재정 지원책이 미뤄지면서 경제가 다시 고꾸라지는 쓰라린 경험을 했다. 2009년 -2.5% 역성장을 한 미국 경제는 2010년 2.6%로 살아났지만 △2011년 1.6% △2012년 2.2% △2013년 1.8% 성장하는 데 그쳤다. 최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금융 위기 이후 재정 지원책이 부족했던 점을 언급하면서 당분간 제로 금리와 양적완화(QE)를 유지하기로 했다.
이렇다 보니 버블에 대한 경고가 쏟아지고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록다운(폐쇄) 직전인 지난해 2월 15조 4,469억 달러였던 미국의 M2(광의의 통화)는 지난해 12월 17일 기준 19조 1,869억 달러로 무려 24.2%나 치솟았다. 코로나19 지원에 2020회계연도(2019년 10월~2020년 9월) 결산 결과 미국 연방 정부 부채비율은 약 102%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월가에서는 올해는 버틸 수 있겠지만 미국 증시가 언젠가 고꾸라질 수 있다는 비관론이 흘러나온다.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는 계속된 유동성에 좀비 기업이 쌓이고 있으며 연쇄파산이 몰아칠 수 있다는 지적을 내놓기도 한다. 라구람 라잔 시카고대 교수는 최근 막을 내린 전미경제학회 총회에서 “기업들이 돈을 너무 많이 빌렸다”고 했다.
거꾸로 과도한 유동성에 미국의 회복 속도가 빨라질 경우 글로벌 금융 시장에 충격이 올 수 있다는 예상도 있다. 투자은행(IB) JP모건은 바이든 당선인의 부양책에 미국 경제성장에 속도가 붙으면 아시아 신흥 시장에 쏠렸던 자금이 다시 미국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연준이 QE를 축소해 나타나는 긴축 발작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뉴욕=김영필특파원 곽윤아기자 susop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