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음에 따라 삼성은 또다시 ‘총수 부재’ 사태를 맞게 됐다. 2018년 2월 이 재판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지 3년 만이다.
이 부회장의 구속 소식이 전해진 삼성은 2017년 총수 부재 상황을 떠올리며 충격에 휩싸였다. 앞으로 이 부회장이 없는 1년6개월 동안 회사 경영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이 부회장은 파기환송심 재판부의 주문을 받아들여 지난해 1월 김지형 전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삼성준법감시위원회를 만들어 실형을 면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위원회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면서 삼성전자를 비롯한 7개 계열사와 대표들에 대한 감시 기능을 부여해 윤리경영, 준법경영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말 파기환송심 최후진술에서도 “자신이 꿈꾸는 승어부(勝於父·아버지를 능가함)는 어떠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도 거부할 수 있는 촘촘한 준법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라며 “최고 수준의 도덕·투명성을 갖춘 새로운 삼성으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달 11일에는 직접 준법위를 찾아 위원회의 독립적이고 지속적인 활동을 계속해서 보장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삼성의 ‘무노조 경영’도 철회하고 노조 설립을 허용했으며 지난 14일에는 삼성디스플레이가 단체협약을 맺는 성과도 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이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삼성 내부에서는 “그동안 이 부회장의 노력과 성의가 허사가 됐다”는 아쉬움이 쏟아졌다.
재계에선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지난해 5월 대국민 사과와 함께 내놓은 ‘뉴삼성’ 선언이 차질을 빚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삼성 내부에선 이 부회장이 2017년 2월 구속되고 이듬해 2월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나기까지 1년을 ‘암흑기’에 비유한다. 대규모 투자계획과 중대한 의사결정이 미뤄지고 그룹 인사가 연기되는 등 회사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이건희 회장의 별세로 그룹의 공식적인 총수가 된 이 부회장이 다시 수감되자 회사 내부에서는 중요한 시기에 굵직한 의사결정이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재계도 국내 1위 기업의 총수 부재를 걱정하는 분위기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치열한 기술 경쟁 속에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M&A)으로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총수 부재로 인해 ‘초격차’ 전략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해 시스템 반도체 부문 1위를 차지하겠다는 ‘반도체 비전 2030’을 수립했으나 파운드리 부문에서는 대만의 TSMC에 뒤지고, 팹리스 시장에서는 미국 퀄컴, 대만 미디어텍, 일본 소니 등 글로벌 기업들에 밀려 목표 달성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 오스틴 반도체 공장 증설을 포함한 국내외 대규모 투자계획 발표나 유망 기업 인수합병도 한동안 중단될 가능성이 있다./전희윤기자 heeyou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