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과 소상공인이 상생하려면 규제부터 해야 하는 걸까. 최근 정치권에서 발의한 혹은 예정된 유통 산업 관련 법안들을 보자니 이런 의문부터 들었다.
더불어민주당은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를 막고, 소상공인을 보호하겠다는 명분으로 복합쇼핑몰의 월 2회 의무 휴업 등을 담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오는 2월 처리할 예정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소상공인은 전통시장에만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을 간과했다. 복합쇼핑몰에 입점해있는 대부분 매장들은 소상공인들이 부동산임대업의 형태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대형 마트의 영업을 제한해도 찾지 않았던 전통시장을 살리겠다는 이유로 다른 소상공인의 애꿎은 피해를 강요하는 법안이 정말 ‘상생’이라는 단어와 어울릴지는 생각해볼 문제다.
전자상거래(e커머스)와 관련된 규제도 마찬가지다. 신영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일정 지역에 물류 창고를 설치하고 상품을 매입해 판매·배송하는 온라인 플랫폼을 규제하는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온라인 플랫폼에 상품을 제공하는 이들 역시 소상공인들이다. e커머스는 오히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판로가 막힌 지역 소상공인들에게 새로운 유통 채널의 역할을 하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들은 지방자치단체와 손잡고 지역 특산물을 판매하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 결과 SSG닷컴에 입점한 소상공인들의 지난해 하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45% 증가했고, 마켓컬리 입점 업체 중 95%를 차지하는 중소상공인 파트너사의 지난해 거래 규모도 전년 대비 약 2배 커졌다.
규제가 아니더라도 소상공인과 상생할 수 있는 법은 다양하다. 복합쇼핑몰 스타필드는 최근 매출 감소 폭이 큰 약 660개 입점 매장의 임대료를 최대 40% 인하했다.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로 의무휴업을 했던 실내체육시설이나 문화교육시설 등 총 14개 매장에 대해서는 임대료와 관리비를 모두 면제해줬다. 스타필드 고양점에 입점해있는 필라테스 매장의 한 직원은 “코로나19 때문에 영업이 중단됐을 때 신세계 측에서 월세를 일별로 계산해 면제해줬다”고 말했다. 상생이란 이런 게 아닐까.
/백주원 기자 jwpai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