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경제소사]1829년 파우스트 1부 초연

"지향점 있는 한 인간은 방황"

연극 ‘파우스트’의 한 장면을 묘사한 그림. /위키피디아

1829년 1월 19일 브라운슈바이크공국 궁정 극장. 요한 볼프강 폰 괴테가 쓴 희곡 ‘파우스트 1부’의 막이 올랐다. 3시간 30분간 진행된 파우스트 1부의 초연 당시 괴테의 나이가 80세. 공연에 힘을 얻었던 덕분일까. 말년의 괴테는 파우스트 완성에 힘을 쏟았다. 1831년 여름, 81세 생일을 앞두고 최종 원고를 쓰고 봉인해 뒀다가 1832년 새해를 맞아 고친 뒤 세상을 떴다. 집필에 착수한 게 21세였으니 괴테는 파우스트를 쓰는 데 평생을 바친 셈이다.

괴테는 25세에 발표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비롯한 작품을 남긴 대문호로 각인돼 있지만 다양한 삶을 살았다. 독일 바이마르공국에서 10년간 행정을 맡으며 내각 수반까지 오른 정치인·행정가이며 식물학과 광물학자, 고전건축학자로도 유명하다. 화가로도 활동해 손수 그린 작품이 1,400여 점에 이른다. 작품 ‘파우스트’의 주인공 파우스트도 비슷하다. 철학과 법학·의학·신학 등 다양한 학문에 정통한 학자로 등장한다.


파우스트의 원형은 16세기 독일 지역에서 활동했다는 주술사 겸 연금술사 파우스투스. 유랑 극단의 인형극으로 공연되는 파우스투스 전설을 1588년 영국 극작가 크리스토퍼 말로가 ‘파우스트 박사의 비극적 이야기’라는 작품으로 재구성했다. 18세기 독일의 계몽주의 작가 레싱은 ‘파우스트 단편’을 통해 전설에 다른 이미지를 입혔다. 일부만 전해지는 이 작품에서 파우스트는 ‘지식에 대한 무한한 욕망을 품은 진취적 인간’으로 그려진다.

괴테는 레싱에게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진취성 덕분에 파멸되지 않고 구원을 받는다’는 것이다. 괴테의 파우스트에서 핵심 주제는 ‘신과 악마, 선과 악, 건설하려는 힘과 파멸시키려는 힘의 대결’. 겉으로는 악마가 이겼다. 약속했던 금지어 ‘순간아, 멈추어라. 너는 정말로 아름답다’를 파우스트가 분명히 외쳤으니까. 그럼에도 파우스트는 구원을 얻는다. 사적인 정욕이나 권력욕을 찬미한 게 아니라 많은 사람이 행복한 모습을 칭송했기에 구원받았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파우스트 초반부 신은 이렇게 말한다. ‘인간이 노력하는 동안 혼돈의 위험은 있다. 어두운 충동을 받더라도 선한 본능이 있다.’ 괴테의 말을 빌리자면 ‘인간은 지향점이 있는 한 방황한다’. 파우스트는 박제된 지식이 아니라 살아서 경제에도 영향을 미친다. 니콜라 테슬라는 파우스트를 암송하다가 교류 전기의 영감을 얻었다. 파우스트까지 이어진 과학자·발명가의 지적 탐구는 21세기에 이르러 전기자동차와 우주 산업으로 영역을 넓혀간다.
/권홍우 선임기자 hong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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