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를 겨냥한 고강도 부동산 세금 인상 대책이 잇따르면서 지난해 아파트 증여가 역대 가장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한국부동산원 아파트 거래 현황(신고일자 기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의 아파트 증여는 9만 1,866건으로 지난 2006년 관련 통계가 공개된 이래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전국 아파트 증여는 2018년 6만 5,438건에서 2019년 6만 4,390건으로 감소했다가 지난해 43% 증가했다. 특히 서울의 아파트 증여 건수는 지난해 2만 3,675건으로 전년(1만 2,514건) 대비 1.9배로 급증하며 역대 최다치를 경신했다.
서울의 경우 25개 구 가운데 아파트 증여가 많은 곳은 송파구(2,776건), 강동구(2,678건), 강남구(2,193건) 등의 순으로 나타나 강남권 4구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강서구(867건)는 전년(235건) 대비 아파트 증여 건수 증가 폭이 3.7배에 달했다. 서울뿐 아니라 경기와 인천도 지난해 아파트 증여가 각각 2만 6,637건, 5,739건으로 연간 최다 수치를 갈아치웠다.
시장에서는 증여 붐이 인 것은 정부가 다주택자를 겨냥한 고강도 부동산 세금 인상 대책을 내놓았기 때문으로 풀이한다. 정부의 각종 규제에 매물을 내놓기보다는 부의 대물림을 택한 것이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부동산팀장은 "시장에서는 앞으로도 아파트값이 상승한다는 심리가 지배적이라 가족 간 증여가 늘어나는 것"이라며 "아파트를 팔 때보다 증여할 경우가 세금이 더 적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분석했다. 현재 다주택자의 양도세율(16∼65%)보다 증여세율(10∼50%)이 낮은 상황이다. 다주택자 입장에서는 증여가 훨씬 유리하다.
우 팀장에게 의뢰해 양도세와 증여세(성년 자녀 증여) 차이를 시뮬레이션한 결과 2주택자라도 5년가량 주택을 보유한 경우 양도세가 증여세 부담보다 더욱 커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3주택자 이상의 경우 이미 증여세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 강남구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면적 94㎡의 경우 5년 전인 지난 2016년 1월 당시 시세인 16억 2,000만 원에 산 3주택자가 최근 실거래가인 35억 9,000만 원에 집을 팔았다고 하면 시세 차익은 19억 7,000만 원이며 이에 따른 양도소득세는 13억 3,482만 원으로 예상된다. 반면 이 집을 성인 자녀에게 증여한다면 증여세는 12억 7,070만 원으로 6,000만 원가량 적다. 지난해 7·10 대책에 따라 양도세가 강화되는 6월 1일 이후부터는 격차가 더욱 벌어진다. 같은 시기에 집을 산 2주택자라도 양도세는 13억 3,482만 원으로 뛰고 3주택자의 경우 15억 5,124만 원이 된다. 물론 증여세는 그대로 12억 7,070만 원이다.
한편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인 윤후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세금 부담을 회피하기 위한 다주택자들의 편법 증여가 급증하고 있다면서 최근 증여세 할증 과세 도입 대책 등을 담은 제안서를 정부에 전달하기도 했다.
/양지윤 기자 ya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