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에서 북한군에 사살돼 숨진 공무원의 형 이래진씨. /연합뉴스
정부가 북한군의 우리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한 정보를 유족에게 제공했다고 유엔에 밝힌 가운데 정작 유족은 “정부가 거짓말을 했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공무원 유족은 20일 유엔에 정부 측 주장을 재반박하기로 했다. 또 이인영 통일부 장관에게 정부를 대신해 북한 당국자를 직접 접촉해 사건 경위를 따져 묻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19일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홈페이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5일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등에 보낸 답변 서한에서 해경이 공무원의 형을 만나 수색구조 작전의 결과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또 북한 해역에서 발생한 사건인 만큼 당시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남북 공동조사 등을 통해 추가 정보를 확보해야 한다고 해명했다. 정부 조사가 공무원의 월북 의도를 증명하는 데 더 초점을 맞췄다는 유족의 주장에 대해서는 실종·사망 사건에서 동기 규명이 중요하며 해경은 가족의 주장을 포함해 모든 가능한 원인을 고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유족의 말은 전혀 달랐다. 피살 공무원의 형 이래진씨는 이날 서울경제와의 전화 통화에서 “정부가 정보 공개 요청에 응하거나 수사 정보를 공유한 적은 없다”며 “해경은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청와대와 국방부는 안보와 관련된 국가기밀이라는 이유로 협조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동생의 사망 경위도 모르면서 어떤 정보를 제공했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정부가 북한 눈치를 보고 유엔에 허위 국제 보고서를 제출했다”고 비판했다. 또 “유일하게 알려준 건 ‘해안 일대에서 체포·사살됐다’는 두루뭉술한 말뿐인데 ‘내가 항해사 출신이니 정확한 좌표 달라’고 해도 그 정보조차 주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씨는 이에 20일 서울 소재 유엔인권사무소를 찾아 정부 측 주장을 반박하고 한국 정부 담당자와 유족을 공동심문 해 달라고 요청할 예정이다. 이인영 장관에게도 공식 면담을 요청해 북한 당국자를 직접 연결해 달라고 제안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이씨는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는 정부가 제 역할을 하지 않고 ‘월북’이라는 프레임만 짰으니 유족이 정부의 역할을 직접 대신할 수밖에 없다”며 “수색 당시 직접 동참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지 말라는 북측 경고방송도 분명히 들었다. 그런데 정부와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과 전통문까지 주고받으면서 연락 채널이 없다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의심했다.
앞서 킨타나 보고관 등은 지난해 11월17일자 서한을 통해 한국 정부가 사건에 대한 충분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유족의 주장을 전하며 우려를 표명했다. 그러면서 이에 대한 정부 입장과 유사 사건 방지 조치 등을 설명해달라고 요청했다. 사망 공무원의 형 이래진씨는 정부가 북한군 대화 감청 녹음파일 등을 공개하지 않자 지난 13일 이를 공개하라는 소송을 내기도 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