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규제 작년 55%↑…96%는 '심사 프리패스'

■ 전경련, 정부 입법 규제 분석
중대재해법 등 신설·강화 1,510건
1,456건은 비중요 규제로 분류
규제개혁위 본심사도 안받아
포괄적 규제영향평가 등 필요



지난해 정부 입법을 통해 신설되거나 강화된 규제가 1,510건으로 전년에 비해 무려 55%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대부분은 대통령 직속인 규제개혁위원회의 심사를 거치지 않고 프리 패스했다. 규개위의 역할이 제한적이라는 지적과 함께 의원 입법안도 규제영향평가 대상으로 삼는 등 보다 포괄적인 규제영향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0일 2020년 규제 현황을 분석한 결과 정부 입법을 통해 신설·강화된 규제는 총 1,510건이었다. 이는 2019년(974건)보다 55% 늘어난 수치다. 규제 건수가 크게 늘어난 것 자체도 문제지만 이들 가운데 1,456건(96.4%)은 비중요 규제로 분류돼 규개위 본심사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규개위는 행정규제기본법 23조에 근거해 설치된 대통령 직속 위원회다. 정부의 규제 정책을 심의·조정하는 역할을 한다. 정부가 규제를 새로 만들거나 강화하려면 규개위 심사를 거쳐야 하는데, 중요 규제는 분과위원회나 본위원회에서 심의하고 비중요 규제는 본심사 없이 심사를 거친 것으로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기업 활동에 막대한 영향을 주는 법안들이 의원 입법으로 발의되거나 상법 개정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규개위 심사를 거치지 않고 있다. 상법과 의원발의 법안은 행정규제기본법상 규제영향평가와 규개위 심사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에 논란이 된 상법 개정안이나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안도 규개위 심사를 받지 않았다. 신설·강화 규제 가운데 규개위의 '철회 권고'를 받은 경우는 3건에 불과했다.


아울러 신설·강화 규제의 83.8%는 국회 심의 필요 없이 정부가 자체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시행령 이하 하위 법령을 통한 것으로 파악됐다. 시행규칙에 규정한 경우(31.7%)가 가장 많았고, 시행령(29.5%), 고시·지침·규정·요령 등 행정규칙(22.6%), 법률(16.2%) 순이었다.


전경련은 기업 경영활동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법안이 규제영향평가를 받지 않는 불합리한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며 보다 포괄적인 규제영향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환익 전경련 기업정책실장은 “국민과 기업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규제는 입법주체나 법안의 종류와 무관하게 규제가 미칠 영향을 충분히 검토한 후 신설·강화돼야 규제의 부작용을 최소화 할 수 있다”며 “상법상 규제나 의원입법에 대해서도 규제영향 평가를 거치도록 포괄적 규제영향평가제도를 도입하고, 규제개혁위원회 본회의 심사 비율도 높이는 등 현행 심사제도를 내실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재영 기자 jyhan@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