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사진·아이디어 전부다 표절이었다…국민의힘, 손창현 해임 결정(종합)

소설 ‘뿌리’ 본문 전체 무단 도용
리포트 사이트 통해 아이디어 표절
“욕심 없었다”지만… 쏟아지는 표절 의혹

손창현씨의 역대급 수상이력이 표절로 드러나면서 국민의힘이 손씨를 국방안보분과 위원직에서 해임한 사실이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손씨의 징계 여부를 다시 논의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손씨 역시 당의 해임 결정을 받아들이겠다고 전했다.

손씨는 각종 문학공모전에서 5개의 상을 받고, 대중가요 가사로 ‘제6회 디카시 공모전’에서 대상, 특허청 주관 공모에서 최고상인 특허청장상을 받았다고 알려져 있었다. 손씨는 지난해 11월19일 국민의힘 제1기 중앙위원회 국방안보분과 부위원장 및 위원장으로 위촉된 바 있다. 당시 손 씨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글을 올리고 “김성태 중앙위원장님(전 원내대표 및 3선 국회의원), 김용헌 국방안보분과 위원장님(전 수도방위사령관, 합참 작전본부장) 과 함께 폭넓고 주관 있는 고견들을 많이 들을 수 있던 시간”이라며 임명장을 게시했다. 손씨의 SNS에는 이 임명장 외에도 각종 공모전 수상과 공공기관의 서포터즈·기자단 등 대외활동으로 받은 수료증, 위촉장, 감사패, 상장이 게시되어 있다. 그러나 소설, 노래가사 뿐 아니라 사진, 슬로건, 보고서까지 도용했다는 제보가 계속해서 쏟아지고 있다.

국민의힘 손창현 해임 결정. 페이스북 캡처

■ 소설 ‘뿌리’ 본문 전체 무단 도용

손씨는 2018년 백마문화상 수상작인 김민정 작가의 소설 ‘뿌리’의 본문 전체를 무단으로 도용한 작품을 통해 ‘제16회 사계 김장생 문학상’ 신인상, ‘2020포천38문학상’ 대학부 최우수상, ‘제7회 경북일보 문학대전’ 가작, ‘제2회 글로리시니어 신춘문예’ 당선, 계간지 ‘소설 미학’ 2021년 신년호 신인상을 수상했다. 수상은 뒤늦게 모두 취소됐지만 김 작가는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가수 유영석이 1994년 발표한 노래 ‘화이트’ 후렴 가사를 자작시 인 양 제출해 지난해 8월 ‘제6회 디카시 공모전’에서 대상을탔다. 한국디카시연구소는 이 사실을 인지한 뒤 손씨의 수상을 취소했지만 손씨는 물러서지 않았다. 사진은 직접 촬영한 사진이어야 하지만 글은 5행 이내 시적 문장이면 상관이 없었다며 주최 측을 상대로 되려 소송을 걸었다. 그러나 손씨가 제출한 사진조차 타인의 창작물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실제로 손씨는 국토교통부와 국토일보가 공동주관한 ‘제1회 대한민국 건설 사진 전국 공모전’에 2018년 8월 ‘콘크리트컨스트럭션’이라는 매체에 올라온 사진을 도용해 일반부 장려상을 수상한 적도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저작권위원회가 공동주관한 ‘2020 국민저작물 보물찾기’ 공유전 사진부문에 접수해 은상을 받은 사진 역시 이미 2018년에 올라온 게시물로 확인됐다.

김민정 작가 페이스북 캡처

■ 리포트 사이트 통해 아이디어 표절

손씨는 지난해 10월 특허청 주최 제2차 혁신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공공데이터를 활용한 신개념 자전거 내비게이션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최고상인 특허청장상과 함께 상금 100만원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 아이디어는 ‘해피캠퍼스’라는 리포트 공유 홈페이지에 이미 게시된 ‘자전거 네비게이션 공공데이터 활용 창업아이디어’라는 제목의 보고서와 유사한 내용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허청은 결국 19일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손씨의 아이디어가 표절이라고 결론을 내리고, 수상 취소와 함께 상금을 환수하기로 결정했다.

손씨는 리포트 공유 홈페이지를 이용해 지난해 11월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KCA)이 주최한 ‘정보통신 공공데이터 활용 아이디어 경진대회’에서 ‘마이 스트리트 듀얼리티’라는 제목으로 장려상을 받았다. 이 또한 지난해 6월 ‘오픈 데이터를 활용한 신규 관광 상품 발굴과 안전한 재난 대피 유도’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보고서와 매우 흡사해 진흥원은 사실관계 확인 후 포상을 회수하기로 했다.

■ “욕심 없었다”지만… 쏟아지는 표절 의혹

손씨는 일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욕심이 있었던 건 아니고 개인적으로 수상금이 좀 필요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그냥 인터넷에 떠도는 글인 줄 알았다. 작품 표절이 문학상 수상에 결격 사유가 되는지 몰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주장과 달리 그의 수상 이력은 넘쳤고 준비 과정은 치밀하기까지 했다. 지난해 8월 ‘대한민국 체육 100년 기념 표어·포스터 공모전’에 ‘일백년을 기억하다. 일백년을 기대하다’라는 표어를 제출해 대상을 수상했지만 이 역시 지난해 6월 이미 보성군체육회에서 사용됐던 표어였다. 지난해 11월 국정원 표어 공모전에 제출한 ‘가슴엔 조국을, 두눈엔 세계를’이란 표어 역시 이미 육군사관학교가 사용하고 있는 슬로건이었다.
/이혜인인턴기자 understan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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