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 청사./연합뉴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권고한 ‘직장갑질 금지법(개정 근로기준법)’ 개선안과 관련해 고용부가 일부 수용한다고 회신했으나 인권위는 원안을 고수했다.
인권위는 20일 “규정을 도입한 지 1년 6개월이 지났음에도 직장 내 괴롭힘이 만연하고 법 제도의 한계가 지적되고 있다”며 가해자 범위를 확대하고 행위자에 대한 처벌 규정을 만들 것을 촉구했다. 직장 내 괴롭힘은 노동자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해치는 등 심각한 인권침해임에도 다양한 유형의 괴롭힘을 규율할 수 있는 법제가 존재하지 않아 ‘제도 공백’ 문제가 여전하다는 것이 인권위의 판단이다.
앞서 인권위는 지난해 7월 고용부 장관에게 △사업장 외부 제3자에 의한 괴롭힘으로부터의 노동자 보호 △4명 이하 사업장에 대한 적용 확대 △가해자 처벌 규정 도입 △괴롭힘 예방 교육 의무화 등 네 가지를 권고했다.
고용부는 괴롭힘 예방 교육 의무화를 제외하고 나머지 권고안은 적절하지 않거나 중장기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회신했다. 이어 제3자 괴롭힘과 관련해서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추진을 통해 사업주의 보호조치 대상을 모든 근로자로 확대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처벌 규정 도입에 대해서는 “죄형법정주의 위반 가능성 및 고의성 입증 곤란 등 이유로 오히려 피해자 권리 구제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며 사실상 반대했다.
이에 인권위는 “괴롭힘 행위자 범위를 ‘고객’에만 한정하고 있어 원청 업체 관계자, 회사 대표의 가족에 의한 괴롭힘의 경우 보호의 사각지대 문제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처벌 규정 도입과 관련해서는 “가해자에 대한 처벌 규정 등 적절한 제재 규정이 없는 한 규범의 실효성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진전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권위는 4명 이하 사업장에 대한 적용 확대에 대해서도 “소규모 사업장일수록 접촉이 빈번해 직장 내 괴롭힘 문제가 심각하다”며 “재정지출을 필요로 하지 않는 만큼 중장기 과제로 미루기에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민구기자 1min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