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조 vs -1조...펀드 활성화로 기울어진 '투자 균형추' 맞춰야

[레벨업 한국증시]
<하> 간접투자로 리스크 줄여라
지난해 주식형 펀드서 3.6조 이탈
박스권·조정장땐 전문가 도움 필요
업계선 경쟁력 있는 상품 적극 개발
당국은 수수료 등 규제개선 나설때


‘63조 4,000억 원 순매수 대 1조 5,000억 원 순매도’.

지난해 국내 증시에서 개인투자자들의 직접투자와 간접투자 현황이다. 개인 자금이 물밀 듯 들어오며 증시는 달아올랐지만 온기는 직접투자에만 머물렀고 펀드를 위시한 간접투자시장은 냉골이었다. 금융 투자 업계에서는 안정적인 자산 관리와 금융 산업 선진화를 위해서 간접투자시장으로 온기를 확대해나가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3,000 밟은 코스피…간접투자 활성화 고민할 때

지난 6일 처음으로 3,000을 넘어서며 전인미답의 고지를 밟은 코스피지수는 20일 기준 올해 들어서만 8% 이상 오르며 강세장을 이어가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지난해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63조 4,400억 원을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하지만 이들은 공모 주식형 펀드에서는 3조 6,000억 원, 채권과 파생 상품, 부동산, 특별 자산 등을 합한 전체 공모펀드에서도 총 1조 5,000억 원의 자금을 빼갔다. 해외시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2019년 말 436조 2,282만 달러였던 해외주식 보관잔액은 지난해 말 714조 8,037만 달러로 늘었지만 같은 기간 해외 주식 펀드의 판매 잔액은 10조 2,000억 원에서 9조 3,000억 원으로 1조 원 가까이 줄었다.


이달 18일 기준 68조 원이 넘는 예탁금을 쌓아둔 개인투자자들은 좋은 투자처에 목마른 상황이다. 그러나 코스피지수는 단기 급등하며 상승 여력은 줄었다. 이로 인해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간접투자 시장 활성화의 필요성은 더 커졌다. 그간 은행 예금 이자에 만족하지 못했던 투자자들이 ‘중위험 중수익’으로 여겨지는 주가연계증권(ELS), 사모펀드 등에 몰렸지만 지난해 ELS 사태와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 사태 등으로 이들 상품이 ‘고위험 중수익’일 수 있다는 인식이 커진 상황이어서 더욱 그렇다. 이진영 NH아문디자산운용 본부장은 “지난해처럼 장이 계속 좋았던 경우에는 개인들이 직접투자로도 충분히 성과를 낼 수 있지만 박스권이나 조정장에서는 전문가를 통한 간접투자의 필요성이 커지게 마련”이라고 진단했다. 간접투자 수요는 여러 곳에서 확인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터진 지난해 4월 말 112조 원에 불과했던 증권사 랩어카운트 잔액은 지난해 말에는 130조 원을 넘었고 증권사 ELS도 다시금 발행액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경쟁력 있는 상품 개발·적극적 규제 개혁 필요

해법은 결국 개인투자자의 선택을 이끌어낼 경쟁력 있는 상품이다. 지난해 펀드 시장 부진에도 시장에서 입지를 키운 온라인 펀드와 공모주 펀드, ESG 펀드 등이 대표적인 예다.

당국의 제도 개선 노력도 요구된다. 금융 투자 업계는 우선 개선 과제로 공모펀드 수수료 체계를 꼽는다. 권민경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투자자와 판매사 간 이해 상충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부의 정책적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최근 해외에서는 이해 상충 방지를 위한 대안으로 판매사가 펀드 판매에 따른 대가를 해당 펀드로부터 수취하는 것을 금지하고 고객으로부터 직접 받도록 하는 등 판매사 유인 구조를 개편하는 방안이 부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액티브 ETF와 리츠 등 개별 상품의 ‘손톱 및 가시’ 해소도 당면과제다. 지난해 9월 시장에 나온 액티브 ETF 같은 경우 기대를 모으고 있지만 추종지수와의 상관관계가 0.7 이상이어야 한다는 점 때문에 수익률 차별화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매일 장 마감 후 구성 종목을 공개해야 하는 규제로 투자 전략 노출 및 이에 따른 추종 매매에 따른 시장가격 왜곡을 우려하는 다수 운용사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금융 투자 업계에서는 리츠 규제 개선을 통해 개인들이 한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자산이자 대표적인 안전 자산인 부동산 투자의 길을 넓혀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받고 있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1물 1리츠 구조를 개선해 새로운 자산의 편입을 촉진하는 제도를 도입하고 복층 재간접 상장 리츠에 대한 규제 개선을 통해 확장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사록기자 sa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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