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트럼프 "어떤 형태로든 돌아오겠다"

"위대한 경제 건설" 치적만 과시
끝내 대선 승복 없이 창당 시사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백악관을 떠나기 위해 전용헬기 마린원에 탑승하고 있다./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 시간) “우리는 어떤 형태로든 돌아올 것”이라며 정치를 계속해나갈 수 있음을 시사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을 떠나 플로리다로 가기 전 앤드루스공군기지에 도착해 이같이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설명은 하지 않았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퇴임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측근들과 신당 창당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트럼프가 선호하는 신당 명칭은 ‘패트리엇 파티(Patriot Party·애국당)’라는 게 WSJ의 설명이다. 이를 고려하면 트럼프가 퇴임 후에도 오는 2024년 대선을 겨냥한 행보를 이어갈 수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날 퇴임한 트럼프는 끝내 조 바이든을 대통령이라고 부르지 않았다. 그는 11·3 대선 결과에 대한 승복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자신이 이룬 치적들을 과시하며 백악관을 떠났다. 전날 백악관이 공개한 약 20분 분량의 고별 연설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주 우리는 새 행정부를 출범시킨다”며 “그들이 미국을 안전하고 번영하게 하는 데 성공하기를 기도한다. 행운을 빈다”고 밝혔다. 이어 부인 멜라니아 여사를 포함한 가족들,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 등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지만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고별 연설은 자신의 업적에 대한 자화자찬으로 가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감세 정책과 규제 철폐로 “세계 역사상 가장 위대한 경제”를 건설했다고 자평했고 단 9개월 만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2개를 개발해 “의학적 기적”을 만들어냈다고 밝혔다. 멕시코 장벽 건설을 두고는 “미국 역사상 가장 안전한 국경”을 이뤘다고 했으며 불공정한 다자 기구 탈퇴로 “우리의 주권을 되찾았다”고 강조했다.


중국을 자극하는 언사도 여전했다. 그는 “매우 중요한 것은 내가 중국에 역사적이고 기념비적인 관세를 부과했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한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라고 부르며 “새 무역 협정은 미국으로 수십억 달러가 쏟아지게 했지만 바이러스는 우리를 다른 방향으로 가게 했다”고 덧붙였다.

사전 녹화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고별 연설 영상이 19일(현지 시간) 백악관 브리핑룸 모니터를 통해 방영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6일 자신의 지지자들이 벌인 의회 난입 사건에 대해서는 “우리가 미국인으로서 소중히 여기는 모든 것에 대한 공격”이라며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제는 공유된 가치를 중심으로 통합하고 당파의 횡포를 넘어 공동의 운명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은 퇴임 당일 측근 등 143명에 대한 사면 및 감형을 단행했다. 백악관은 20일 트럼프 측근인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 등 73명을 사면하고 70명을 감형했다고 밝혔다. 다만 트럼프 자신에 대한 ‘셀프 사면’은 하지 않았으며 가족도 사면 대상에서 제외했다.

자신을 ‘아웃사이더’라고 칭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 역사상 최초로 공직·군 경력 없는 대통령이라는 기록과 함께 2017년 1월 20일 임기를 시작했다. 이로부터 4년 후인 20일 그는 최초로 재임 중 두 번 탄핵 소추된 대통령,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낮은 평균 지지율(41.1%)을 기록한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퇴임했다.

/곽윤아기자 o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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