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현지 시간) 출범한 조 바이든 행정부가 취임과 동시에 새 정책을 쏟아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경제 충격, 남북전쟁 이후 최악의 분열 등의 위기 극복을 위해 바이든 행정부가 속도전에 나서는 모양새다. 과거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임기 초반 초당적 지지를 얻기 위해 시간을 끌다 정국 주도권을 놓쳤던 만큼 빠른 시일 안에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첫날인 이날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학자금 상환과 이자 지급 유예 등 약 12개의 조처에 서명할 계획이다. 기후변화협약 재가입과 일부 이슬람 국가에 적용된 입국 금지 철회 등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책을 뒤집는 내용도 대거 포함돼 있다.
취임 이틀째인 21일에는 코로나19 검사 확대, 노동자 보호, 보건 기준 수립 등 바이러스 확산 방지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22일에는 코로나19 위기로 어려움을 겪는 노동 가정을 위해 행정부가 경제적 구제책을 즉각 취하도록 지시할 예정이다.
오는 25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는 미국 제품 구매를 독려하기 위한 ‘바이 아메리카’ 강화, 인종 평등 제고와 유색인종 공동체 지원, 형사 사법 시스템 개혁 등과 관련해 조치할 계획이다. 저소득 여성과 유색인종 여성을 포함해 의료 서비스 접근권 확대, 이민 시스템과 국경 정책에서 존엄성 회복, 불법 이민 통제 과정에서 분리된 가족의 결합 등의 방안도 제시한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소원해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과의 관계 회복, 한국을 비롯한 주요 동맹과의 공조 강화 정책도 취임 초기에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내정된 제이크 설리번은 최근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유럽 동맹, 캐나다에 부과한 관세를 없앨 것이냐는 질문에 “목표는 트럼프 행정부가 시작한 여러 전선의 무역 전쟁을 끝낼 수 있도록 (동맹들과) 자리를 함께하는 것”이라며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며칠, 몇 주 이내에 당장 이 일을 할 생각”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지우기 작업 등 입법이 필요 없는 일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본격적으로 ‘바이드노믹스(Bidenomics, 바이든 정부의 경제정책)’를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이 제안한 1조 9,000억 달러(약 2,100조 원) 규모의 경기 부양 예산안의 빠른 처리를 주문할 것으로 보인다. 예산이 줄어들 경우 대규모 재정지출을 핵심을 하는 바이드노믹스는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다행히 현재로서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유리한 상황이다. ‘진보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버니 샌더스 상원 의원이 민주당이 다수당이 된 상원에서 예산위원장을 맡게 됐기 때문이다. 상원 예산위원장은 상원 가결에 필요한 60표가 채워지지 않아도 단순 과반으로 개별 예산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 ‘조정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공화당뿐 아니라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있어 원안 통과가 쉽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상원 심사 과정에서 예산안이 크게 줄어들 경우 바이든 대통령이 2월에 제시할 2차 경기 부양안과 기업·부유층에 대한 세금 인상 시도가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박성규기자 exculpate2@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