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 FOCUS] 정제마진감소냐 배터리수혜냐…SK이노 향한 두 시선

4분기 연속 대규모 적자 가능성·차입 부담 불구
주가 8개월 간 478% 폭등·회사채 수요 쏟아져
신용등급은 투자등급 '마지노선'까지 강등
수익성 개선 여부·배터리 기여도 지켜봐야

미국 조지아주 제1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사진=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096770)을 두고 시장의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신용평가사들은 SK이노베이션의 신용등급을 투자등급의 ‘마지노선’까지 끌어내렸지만 주식·채권 시장은 상관없다는 듯 투자금을 쏟아 붓고 있다. 본업인 정유·화학 마진 감소로 4분기 연속 대규모 영업적자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순차입금 규모도 불어났지만 ‘K배터리’라는 강력한 호재가 기대감을 부풀렸다. 다만 수익성 개선 여부가 불확실하고 배터리 사업 매출 기여도가 시장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할 것으로 보인다.

21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총 17곳 증권사는 지난해 4분기 SK이노베이션의 영업손실 평균 추정치(컨센서스)를 1,379억 원으로 제시했다. 전년 동기에 1,105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규모 적자로 돌아선 것이다. 3분기 누적 영업손실은 2조 2,439억 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26조 7,818억 원으로 1년 전보다 29.7% 줄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석유 수요가 급감한 여파가 컸다.


이에 지난해 11월과 지난 13일,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푸어스(S&P)와 무디스는 SK이노베이션의 신용등급을 투자등급의 최하단으로 일제히 강등했다. 이들 신평사는 본업인 정유 부문의 실적이 저조한 데다 신성장동력인 2차 전지에 대한 대규모 설비 투자가 지속되자 재무 구조를 개선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2015년 4조 857억 원에 달했던 SK이노베이션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2019년 1조 8,258억 원으로 반 토막이 났다. 지난해 3분기에는 41억 원으로 주저 앉았다. 이들 신평사는 벌어들이는 현금이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차입금을 감축하려는 노력이 없다면 재무 구조는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SK이노베이션의 지난해 3분기 조정 순차입금은 11조 6,000억 원으로 같은 기간 현금 및 현금성 자산(3조 5,947억 원)보다 3배 이상 많다.

그럼에도 채권 시장은 SK이노베이션의 성장성에 베팅하는 모습이다. 이달 3,000억 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앞두고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2조 1,700억 원의 매수 주문이 쏟아지자 SK이노베이션은 발행 규모를 5,000억 원으로 늘렸다. 신용등급 강등에도 불구하고 국내 정유업계 선두라는 지위와 2차 전지 사업 기대감이 흥행의 주요인으로 풀이된다. 주식 시장 투자 심리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3월 5만 5,100원까지 떨어졌던 주가는 슬금슬금 오르더니 K배터리에 관심이 쏟아진 최근 한 달 남짓 동안 1.5배 이상 폭등해 지난 11일에는 31만 8,500원까지 치솟았다. 8개월간의 주가 상승률은 무려 478%에 달한다.

주요 2차전지 업체 매출액 전망치/자료=각사, 블룸버그, 현대차증권

다만 시장의 기대만큼 K배터리를 등에 업고 성장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3분기 기준 SK이노베이션의 매출 대부분이 창출되는 사업 부문은 석유(67%)·화학(20%)이다. 배터리 사업 기여도는 1년 간 4배 올랐지만 여전히 4%에 불과하다. 블룸버그와 현대차증권은 내년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 매출액을 5조 원 안팎으로 내다봤다. 선두 업체이자 배터리 매출 기여도가 높은 LG화학(약 22조 원)·삼성SDI(약 14조 원)의 매출 예상치에 크게 못 미친다.

본업의 수익성 개선 여부도 불확실하다. 올해 1분기 유가 상승 정도에 따라 재고 평가 이익을 기대할 수는 있지만 중동과 중국에서 지속적으로 설비를 증설하고 있는 데 더해 연료 수요가 어디까지 회복될지는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이에 차입금 규모는 더 불어날 가능성도 있다. 실제 글로벌 신평사들은 SK이노베이션의 신용도 전망 역시 ‘부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재무 구조 악화에 따른 추가 하락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김기정기자 aboutk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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