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 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UPI연합뉴스
20일(현지 시간) 제46대 미국 대통령에 취임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첫날부터 파리기후협약에 재가입하고 세계보건기구(WHO) 탈퇴 절차를 중단하겠다고 밝힌 것은 국제사회에 미국이 돌아왔음을 알리는 일종의 복귀 신호탄을 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와중에 나왔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두 가지 대표적인 외교정책을 뒤집으며 트럼프 시대의 종말을 알렸다는 설명이다. 내부적으로도 다카(DACA) 정책 강화와 국경 장벽 건설 중단, 마스크 착용 의무화 등을 지시하는 등 트럼프와 정반대 행보를 보임으로써 바이든 시대 개막을 강조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CNN과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식을 마친 뒤 백악관으로 이동해 30일 이내 파리 기후협약 재가입 등 15건의 행정 조치와 2건의 기관 조처 등 총 17건의 서류에 서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서명에 앞서 “우리는 이전에 없었던 방식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할 것”이라며 “이는 단지 행정 조치로 중요하기는 하지만 앞으로 많은 법제화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소식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트위터에 “파리협약에 돌아온 것을 환영한다”고 적었다. NYT는 각국 지도자들이 바이든 대통령의 행보를 지구온난화의 가장 큰 원인 제공자인 미국이 오염 정도를 낮추고 트럼프 때문에 뒤집혔던 국제 질서를 회복하려고 노력하는 강력한 신호로 받아들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임인 트럼프가 추진하던 WHO 탈퇴도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전날 토니 블링컨 국무 장관 지명자도 인사 청문회에서 미국이 코백스(COVAX)에 참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코백스는 WHO가 주도하는 프로젝트로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모든 국가의 공정한 접근 보장을 목표로 한다. 코백스에는 190개국이 참여하고 있으나, 미국은 빠진 상태다. 이에 대해 워싱턴포스트(WP)는 바이든 행정부가 국제적인 코로나19 위기 대응에 보다 더 협력할 것이라는 신호를 준 것이지만 향후 미국의 역할과 영향력은 현재 불분명한 상태라며 4년간의 ‘미국 우선주의’ 외교정책 이후 바이든이 다른 국가와 다시 협력할 수 있는 능력을 평가받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의 반이민 정책도 되돌렸다. 불법체류 상태인 미성년자에게 취업 허가를 내주고 추방을 유예하는 다카 제도 강화와 멕시코와의 국경 장벽 건설 중단, 이슬람 국가들에 대한 입국 금지 해제 등도 지시했다. 이날 서명이 이뤄진 17건 중 6건이 이민과 관련됐을 정도다. 여기에는 올해 1월 1일 전 미국에 입국한 사람 누구에게나 법적 지위를 제공하며 시민권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코로나19와 관련한 행정명령도 내렸다. 먼저 100일간 연방 재산과 국내선 여객기, 기차 등에서의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다. 이 밖에도 학자금 대출의 이자 및 원금 상환을 오는 9월 30일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고려할 것을 교육부에 요청했으며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압류 유예도 3월 말까지 연장할 것을 요구했다.
/김연하기자 yeon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