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베이조스·브랜슨…누가 뭐래도 우리는 우주로 간다

■[책꽂이]우주를 향한 골드러시
페터 슈나이더 지음, 쌤앤파커스 펴냄
항공우주산업 국가 주도서 민간에게로
블루오리진·스페이스X·버진갤럭틱 등
억만장자 미지의 세계 선점 경쟁 치열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우주개발업체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이 20일(현지시간) 오전 플로리다 케네디 우주 센터에서 발사 되고 있다./AP연합뉴스

인류의 역사는 도전과 모험, 성취의 반복이다. 그러면서 인류는 계속 진보를 거듭했다. 초기 인류는 용기를 내 나무에서 내려와 넓은 초원을 달렸고, 아프리카를 벗어나 유라시아로 향했다. 동굴에서 움츠린 채 살다 오늘날 400m가 넘는 초고층 빌딩을 세우고, 목숨을 건 통나무 배 항해 대신 비행기를 타고 망망대해를 건넌다.


이처럼 많은 것을 이룬 인류는 이제 진지하게 하늘을 올려다 본다. 구름 너머 무한 우주를 생각한다. 단순한 몽상이 아니다. 위험한 도전의 선봉장을 자처한 극소수가 이미 우주로 나가 ‘페일 블루 닷(pale blue dot)’을 두 눈에 담는 감격을 맛보기도 했다. 하지만 역사적 기록 한 줄을 남기는 이벤트 정도로 만족하기엔 우주는 지나치게 매혹적이다.


그리하여 우주를 지구에서의 삶이 연장되는 공간이자 돈이 되는 새로운 산업 영역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하나 둘 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인물이 일론 머스크, 제프 베이조스, 리처드 브랜슨 등 억만장자 3인방이다.



스페이스X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가 지난 해 12월 베를린에서 열린 악셀 슈프링거 시상식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EPA연합뉴스

신간 ‘우주를 향한 골드러시’는 독일의 과학 전문 저널리스트인 페터 슈나이더가 이들 3인방을 중심으로 실리콘밸리에서 펼쳐지고 있는 민간 우주 전쟁의 역사와 배경을 다룬 책이다. 억만장자들의 우주 경쟁은 우주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익히 유명하지만, 이제는 일반인들도 우주를 향한 인류의 도전에 진지하게 관심을 가져볼 때가 됐다는 점에서 저자는 우주항공 산업의 현재에 대해 알기 쉽게 풀어 썼다.


머스크, 베이조스, 브랜슨은 ‘우주로 간다’는 같은 목표를 갖고 있지만 접근 방식은 다르다. 이들이 각각 창업한 스페이스X, 블루 오리진, 버진갤럭틱의 발사체나 발사 방식 등도 차이가 있다.


이를 알기 위해 저자는 세 사람의 기질부터 살펴봤다. 머스크는 수많은 대중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을 정도로 뛰어난 설득력을 자랑한다. 후일 수정이 불가피함을 알면서도 초기 계획을 거침없이 공개하면서 우주는 꿈이 아니라 현실임을 보다 많은 사람들이 믿게 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워싱턴 정가도 예외가 아니다.



제프 베이조스가 2019년 5월 워싱턴에서 블루 오리진의 달 착륙선 블루문을 소개하고 있다./AP연합뉴스

베이조스는 머스크와 달리 매우 신중하다. 임기응변 식으로 말하는 법도 거의 없다. 확신이 서기 전까지 그의 계획은 늘 깊숙한 곳에 단단히 숨겨져 있다. 블루 오리진의 존재가 세상에 드러나기까지도 많은 시간이 걸렸다.


브랜슨은 오랫동안 ‘괴짜’ 타이틀을 달고 다녔다. 대서양 횡단 대회에 직접 모터 보트를 끌고 나갔다가 전복 사고를 당하고, 내기에서 졌다는 이유로 스튜어디스 복장을 하고 나타난 적도 있다.


그럼에도 이들의 공통점은 분명하다. 도전과 모험의 DNA와 돈 냄새를 맡는 사업가로서의 본능이다. 돈은 지겨울 만큼 벌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돈을 더 많이 벌어야 하는 이유로 우주 산업에 투자할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또 비용을 절감하고 이윤을 극대화하는 사업가로서의 뛰어난 자질은 첨단 기술 및 디자인 개발·적용, 로켓 재활용 등과 맞물려 시너지를 낸다.


이들은 억만장자의 취미 정도로 우주 산업을 바라보는 게 결코 아니다. "장차 누구나 우주 비행을 할 수 있는 그런 날이 온다면 그것은 전부 우주선 테스트 비행을 감수했던 용감한 시험 조종사들 덕분"이라는 브랜슨의 말은, 막대한 비용이 들고 때로 인명 피해마저 감수해야 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인류의 다음 여정을 위해 우주 산업에 진지하게 매진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리처드 브랜슨이 2019년 10월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열린 버진 갤럭틱 상장식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슈퍼 리치들이 이끄는 우주 산업의 재편, 즉 국가 주도의 ‘올드 스페이스(Old Space)’ 에서 민간이 앞장서는 ‘뉴 스페이스(New Space)’로의 전환에는 실리콘밸리의 다른 천재와 자본가들도 빠르게 동참하고 있다. 딥스페이스 인더스트리의 피터 스티브래니는 소행성에서 광물을 채굴하는 사업에 나섰고, 버짓 스위츠 오브 아메리카 호텔의 수장 로버트 비글로우는 우주 호텔을 계획하고 있다. 일반인들에게는 여전히 SF의 배경처럼 느껴지는 우주가 실리콘밸리의 파괴적 혁신가들에게는 이미 눈 앞에 펼쳐진 새로운 도전 공간인 셈이다.




새해 들어서도 우주로의 도전은 계속 되고 있다. 이달 들어 머스크의 스페이스X는 로켓 재사용 기록을 경신했다. 브랜슨은 항공기 발사 플랫폼을 통해 로켓을 우주까지 쏘아 올리는 데 성공했다. 또 베이조스의 블루 오리진은 오는 4월 캡슐 우주선에 마네킹이 아닌 사람을 태우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초원도, 산도, 바다도 아주 오래 전 인류에게는 감히 닿을 수 없는 곳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전혀 그렇지 않다. 우주도 머지않아 인류에게 그런 영역이 되지 않을까. 1만8,000원.


/정영현 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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