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스마트폰 통매각 안할 경우 R&D조직 남기거나 일부 생산라인만 가동

■LG전자 스마트폰 철수 4대 관전 포인트
②인원 고용 어떻게...희망퇴직 없이 유지 원칙 계열사로 재배치할듯
③입찰 참가 후보군…구글·빈그룹·페이스북·폭스바겐 등 거론
④기업실적은...스마트폰 정리할 경우 연간 영업익 4조 이상 전망



LG전자(066570)의 '아픈 손가락'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 사업본부가 매각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LG(003550)전자 수뇌부가 어느 수준으로 조직을 매각할지, 어떤 기업이 새 주인이 될 지 관심이 쏠린다. 여기에 3,700여명 규모인 MC사업본부에 속한 직원들의 거취도 주목된다. 스마트폰 사업본부를 둘러싼 쟁점을 살펴본다.



부문매각이냐 통매각이냐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날 권봉석 LG전자 사장이 MC 사업본부의 매각을 '모든 가능성'의 하나로 언급한 이후 LG전자가 팔려고 마음먹은 조직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가 관전 포인트로 떠올랐다. 통매각을 포함한 다양한 가능성이 제기된다.


업계에서 강력하게 부상하는 방안은 프리미엄 스마트폰 연구개발(R&D) 조직을 남기고 나머지만 파는 '부분 매각'이다. 이 경우 해외 공장과 지적재산권의 분할 매각도 함께 진행될 전망이다. R&D 조직은 자율주행 관련 기술을 연구하는 자동차부품솔루션(VS) 사업본부로 이동하거나, 스마트홈 서비스를 개발하는 생활가전(H&A) 사업본부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회사 안팎의 전망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LG전자가 TV나 가전, 전장 사업과의 연계성이 높은 스마트폰 관련 기술을 놓아버리면, 매각 그 이후에 더 곤란할 수 있다"며 "연속 23분기라는 오랜 기간 적자를 기록해도 한 식구로 끌고 왔던 것은 타 사업과의 연계성이 여전히 가치가 있기 때문"이라며 부분 매각에 힘을 보탰다.


일각에서는 생산시설을 일부 남겨 소니처럼 설계와 생산을 유지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일부 유럽과 대만, 홍콩 등 특정 지역에만 스마트폰 사업 역량을 집중해 사업을 이어가는 방식이다. 업계 관계자는 “모델이 다양하지 않을 경우 스마트폰 생산은 일부 설비만 있어도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며 “LG전자도 소니처럼 출시 국가를 줄이고 소수 모델만 판매하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용유지 방안은



두 번째 스포트라이트는 고용 유지 여부에 쏟아지고 있다. 연초부터 불거진 매각설에 MC 사업본부가 크게 흔들리자 권 사장은 '원칙적으로 구성원 고용은 유지된다'는 점을 못박으며 불안을 잠재우고 나섰다. LG전자 관계자 역시 "현 인력의 고용유지가 우선적인 원칙이며 MC 사업본부 인력에 대한 희망퇴직은 없다"고 거듭 확인했다. 다만 사업운영 방향이 정해지는 것에 따라 해당 인력이 그룹 내 다른 계열사로 가거나 사업본부로 갈 여지는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MC 사업본부의 인력은 지난해 3분기를 기준으로 3,724명으로 지난 2015년 7,460명에 비해 절반 수준까지 떨어진 상태다.



거론되는 입찰 참가 후보군



MC 사업본부 매각에 참가할 기업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업계에서는 LG전자 MC 사업본부를 인수할 잠재적 후보로 베트남의 빈그룹과 구글, 페이스북, 폭스바겐, 비보 등을 꼽고 있다. 빈그룹은 LG전자의 생산라인이 있는 베트남에서 스마트폰 제조사인 빈스마트를 운영하고 있고, 중저가 위주의 라인업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MC 사업본부와의 합이 잘 맞는 상황이다. 다만 코로나 19 여파로 빈그룹의 주력인 리조트 사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어 매각 자금 마련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모토로라를 인수하는 등 스마트폰 사업 강화를 이어가고 있는 구글과 증강현실(AR) 및 가상현실(VR)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는 페이스북, 독일 자동차 기업 폭스바겐, 중국 비보도 입찰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LG전자, 기업가치 오를까



LG전자가 적자를 이어온 스마트폰 사업을 정리할 경우 연간 영업이익이 4조원 이상으로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한국투자증권을 비롯한 국내 증권사들은 전날 스마트폰 사업 철수를 시사하는 권 사장 명의의 입장문이 나온 이후, 일제히 목표 주가를 22~29% 상향 조정했다. 고의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LG 전자의 밸류에이션이 경쟁사 대비 디스카운트 돼 있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며 "스마트폰 사업 정리가 전사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은 표면적으로 계산되는 수치 이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민 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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