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북경제] 국토부, 가덕도 신공항 결국 ‘조건부 추진’



15년째 공전해온 ‘영남권 신공항’이 결국 ‘정치 논리’로 귀결되는 모양새입니다. 국토교통부가 부산 가덕도를 영남권 신공항 입지로 추진하는 근거를 ‘국가 중장기 공항개발 계획’인 6차 공항개발 종합계획에 마련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총리실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가 김해신공항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검증 결과를 내놓은 이후 침묵으로 일관해온 국토부가 태도 변화를 나타낸 것이죠. 이 같은 본지 보도(文 정부 임기 내 '가덕 신공항' 착공 속도전) 에 대해 국토부도 ‘6차 공항계획에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에 대한 국회 심의결과를 반영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특별법 국회 통과’를 조건으로 달았지만, 국토부가 가덕도 신공항 추진 가능성을 최초로 언급한 것입니다.



부산 보선 앞두고 서로 목청 높인 與野 ... 결국 가덕도 ‘패스트트랙’ 수순


관계 부처와 김희국 국민의힘 의원 등에 따르면 국토부는 6차 공항 개발 종합계획(2021~2025년)을 상반기 내 확정해 발표할 방침입니다. 5년 단위로 설계되는 공항 개발 계획에는 국가 공항 수요 전망과 권역별 공항 개발의 방향이 담깁니다. 당초 6차 공항 종합계획은 지난해 말까지 발표돼야 했지만 ‘영남권 신공항으로 기존 김해공항 활용’ 부분을 수정하면서 연기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국토부가 가덕도신공항 추진 근거를 담아 6차 공항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는 설명을 해왔다”고 전했습니다. 국토부는 6차 공항 종합계획에 ‘24시간 운영 가능하며 국가 중추 공항과 상호 보완하는 관문 공항’ 건설의 필요성을 언급하는 형태로 가덕도신공항 추진 근거를 담을 것으로 전해졌죠.


배경을 알아보려면 한창 달아오르기 시작한 4·7 부산시장 보궐선거 지형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부산시장 보선 여론조사에서 30% 안팎의 지지를 얻으며 1위를 기록한 박형준 국민의힘 예비 후보를 비롯해 2위와 3위를 달리고 있는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예비 후보, 이언주 국민의힘 예비 후보 등 유력 출마자들은 하나같이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공약으로 내걸었습니다.


야권 후보들도 가덕도 신공항이 지역 최대 현안이어서 “해운대와 가덕도를 15분 만에 오가는 첨단 교통 수단을 만들겠다(박형준)” “김해공항을 전부 가덕도로 이전하자(이언주)” 등 일제히 가덕도 신공항 띄우기에 나섰습니다. 여권이 4·7 부산시장 보궐선거는 물론 내년 대선까지 내다보고 가덕도 신공항을 밀어붙이자 야당도 기존 김해공항 확장안을 팽개치고 부산·경남(PK) 수성에 공을 들이는 것이죠.





변창흠(사진) 국토교통부 장관이 5일 주택공급 관련 민간 핵심기관이 참여한 정책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文 임기 내 가덕 신공항 착공 ‘속도전’


이제 관건은 가덕도 특별법이 다음 달 임시국회 문턱을 넘느냐 입니다. 현재로선 국회 통과에 무게가 실립니다. 민주당이 총리실 검증위원회 검증 결과가 발표 직후인 지난해 11월 발의한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에는 신공항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뿐 아니라 건설 예정지 인근의 부산 산업단지를 국가 산업단지로 격상하고, 지역 기업과 외국인 투자 기업에 세제 혜택을 부여하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국민의힘 등 야권이 끝까지 반대하기 어려운 형국인 셈입니다. 거기다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들이 공약으로 내세운 마당에 선거를 앞두고 가덕도 특별법에 반대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겠죠.


정치권이 특별법에 공감대를 형성하자 국토부도 결국 이에 떠밀려 ‘가덕도 신공항’을 추진하기로 가닥을 잡은 모양새가 됐습니다. 특히 김해 신공항 추진을 고수하며 민주당 지도부와 마찰을 빚기도 했던 김현미 전 장관이 물러나 국토부가 입장을 선회할 명분도 만들어졌습니다.





이낙연(왼쪽 세번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1일 오후 부산 강서구 대항전망대를 방문, 변성완 부산시장 권한대행과 부산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김영춘, 박미영 예비후보 등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당인 민주당은 가덕도 특별법 통과를 밀어붙일 계획입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지난 21일 부산 가덕도 신공항 후보지를 직접 찾아 “ 오는 2월 임시 국회 회기 안에 특별법을 통과시키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다음 날인 지난 22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특별법을 2월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하겠다. 야당도 동참해달라”며 사실상 야당을 압박하기도 했죠. 민주당은 오는 2030년 개최 예정인 부산 엑스포에 맞춰 가덕도 신공항이 완공돼야 한다며 당장 내년에 착공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문재인 대통령 임기인 내년 5월 전 착공을 뜻하는 말입니다. 부산시장 보선뿐 아니라 대통령 선거 역시 염두에 둔 계획으로 보입니다.


정치권과 정부가 가덕도 신공항 추진을 확정해가고 있지만 그렇다고 논란이 사그라진 것은 결코 아닙니다. 대구·경북(TK) 주민들은 지난 12일 김해신공항검증위원회 결정이 편파적이었다며 감사원에 공익 감사를 청구했습니다. 인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는 “정치권이 절차를 무시하며 현행 체계에도 없는 ‘관문 공항’이라는 명분으로 가덕도를 밀어붙이고 있다”며 “특별법 내용으로만 보면 가덕도 신공항은 인천국제공항급”이라고 꼬집기도 했습니다.


/세종=조양준 기자 mryesandn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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