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숙 전 유엔 대사. /오승현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공식 취임하면서 한미는 물론 남북·북미·한중·한일관계가 모두 변곡점을 맞았다.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고립주의’ 기조를 벗어나 전체주의 진영에 대응한 자유민주주의 진영 간 연대·동맹 중심으로 세계 질서를 재편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우리의 외교 안보 전략도 크게 수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서울경제는 서면과 전화통화 방식을 통해 외교안보 원로 특별좌담회를 마련하고 각 외교안보 현안에 대한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 김숙 전 유엔대사(현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범국가기구 설립추진단 공동단장), 신각수 전 주일대사, 권영세 국민의힘 국회의원(전 주중대사)의 의견을 들어봤다. 다음은 북미관계에 관한 이들의 견해다.
△북한이 최근 당대회에서 핵무력 강화 의지를 더욱 강력히 시사했습니다. 이를 두고 미국 현지에서는 북한이 결국은 ‘비핵화’가 아닌 ‘핵 군축’ 협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바이든 정부의 대북 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흐를 것으로 예상하십니까.
▶김숙: 북한은 핵 포기 의사가 없다는 게 또 드러난 것입니다. 미국과 핵 군축 협상을 하겠다는 요구를 하고 있습니다. 미국 민주당 측 전문가 중에서도 완전한 비핵화는 불가능하므로 핵능력 증강 억제를 위한 소위 ‘중간 단계 합의(Interim agreement)’를 주장하는 사람이 늘고 있어요. 이에 동조하는 일부 보수 학자들도 있고요. 그러나 결론적으로 미국 정부 입장에서는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 ‘FFVD(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 등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만든 용어를 없애지 못할 것입니다. 목표를 완화하면 세계적인 핵 비확산 체제까지 완화될 문제가 생깁니다. 특히 동북아시아에 핵이 확산할 빌미를 주게 됩니다. 러시아와 중국을 놓아두고 겨우 60~80개 핵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만 핵 군축을 하겠다는 건 현실적으로 말이 안 됩니다.
이란식 핵 합의가 거론되는데, 이란과 북한은 핵 개발 단계도 다를뿐더러 핵을 보유하려는 목적도 달라요. 이란은 ‘5+1(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과 독일)’의 다자회담을 했는데 우리도 6자 회담을 하지 않았습니까. 2008년 마지막 북핵 6자 회담 수석대표로 참석했을 때 저도 현장에서 느낀 한계가 있어요. 비핵화라는 목표는 못 바꿉니다. 비핵화에 대해 북미 양측이 이견이 없는 규정에 합의한 뒤 이걸 이행하기 위한 단계적 로드맵을 만드는 게 바람직합니다.
▶신각수: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 정부와는 다른 대북 협상 방식을 추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트럼프 정부의 하향식 정상회담보다는 상향식 실무회담을 중시하고, 추상적 합의가 아니라 원칙에 입각한 구체적이고 집행 가능한 합의를 모색할 것입니다. 바이든 정부의 주요 외교 안보 정책 결정자들은 과거 북한과 협상을 해본 경험이 풍부한 인사들이기 때문에 북한의 책략에 쉽게 넘어가지는 않을 거예요.
바이든 정부 내에 핵 군축파가 있는 건 사실입니다. 북핵이 거의 완성 단계라 포기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으니 우선 동결을 추진하자는 것이지요. 북한을 그대로 둬 핵 무력을 완성하면 그것이 다른 지역으로의 확산될 위험도 있습니다.
그러나 협상을 핵 군축으로 전환하면 제재 완화 대신에 동결과 비확산에 치중하게 됩니다. 완전한 비핵화는 물거품으로 끝날 위험이 큽니다. 우리 정부는 이런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치밀한 외교적 노력을 펼쳐야 합니다.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 정부가 하노이 교섭에서 제시한 선이 있기 때문에 이를 무시하고 협상하기도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비핵화의 이행을 위한 전체적인 로드맵 작성, 보고·검증 체계 완비, 제재의 단계적 완화, 위반 시 스냅백(제재 복원) 조항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합니다.
▶윤병세: 북한은 그간 세계적 핵 대국, 동방의 핵 대국을 지향하면서도 ‘최소한의 억제력’에 입각한 핵 군축 협상을 오래전부터 염두에 둬 왔습니다. 북한이 8차 당대회에서 36회나 핵을 언급하면서도 싱가포르 합의 사항인 완전한 비핵화를 한마디도 안 한 것도 그 연장선에 있는 것이죠.
바이든 정부의 북한 핵 문제 전략 방향과 관련해서는 민주당 정강이나 바이든 대통령 인터뷰·기고 등에 큰 얼개가 이미 나와 있습니다. 원칙 있는 외교, 북한 비핵화를 위한 지속적인 압박, 동맹국들과의 긴밀한 협의, 다자간 협력 활용, 정상 주도 외교가 아닌 시스템 외교, 북한 핵능력 축소 시에만 정상회담 가능, 북한 핵 위협 봉쇄와 지역 도발 억제 등이죠. 바이든 정부는 앞으로 2~3개월간 대북 정책을 검토해 전략적 기조와 정책 옵션들을 마련할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일본과도 협의를 할 것으로 봅니다.
북한과 협상을 하게 될 경우 새 외교 안보팀 대부분이 관여했던 이란식 모델을 한반도 상황에 맞춰 변형하는 방안을 일단 주로 검토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한국은 다자 협상 틀의 장점은 최대한 살리고 단점은 보완하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이란 핵 협상과 북핵 6자 회담 때도 다자 협상의 틀 내에서 수시로 양자 회담을 가진 바 있습니다.
오바마 2기 행정부 때 한미 양국이 주도해 구축한 전례 없는 국제적 대북압박 공조는 북미정상회담과 북중러 밀착 관계 등으로 최근 2~3년간 구멍이 났습니다. 바이든 정부는 비핵화 진전이 없는 한 동맹 공조와 다자주의 강화 차원에서 압박의 틀을 지속적으로 유지·강화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권영세: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 지명자가 대북정책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보여주기식 협상이 아닌 실효성이 있는 협상을 지향할 것으로 보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싱가포르 회담이 북미 재협상의 시작점이 돼야 한다고 했는데 그건 방향을 잘못 잡은 겁니다. 미국의 대북정책 재검토 추이를 일단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신각수 전 주일대사. /이호재기자
△북한은 당장 3월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을 남북관계 개선의 조건으로 내걸기도 했습니다. 우리 정부가 북한을 의식해 한미연합훈련 축소 등을 추진할 경우 바이든 정부는 어떻게 대응할 것으로 전망하십니까.
▶권영세: 최근 문 대통령과 국방부가 “한미연합군사훈련을 북한과 협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또 9·19 남북군사합의 이행을 지속하고 전시작전권 전환의 2단계 검증 평가를 올해 안에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정작 북한의 전술핵이나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개발 지시에는 입을 닫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대외 외교는 북한에 치중된 대북정책밖에 없습니다. 변화에 대한 의지도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바이든 정부와 이런 식으로 북한 문제에 있어 이견을 보이면 미래도 불투명하다고 봅니다.
▶신각수: 북한이 북핵 교섭에 응하지 않는 채 핵전력 증강에 몰두하는 상황에서는 연합훈련을 연기·축소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대로 진행해야 합니다. 훈련 없는 군대는 전투력이 약화돼 방위 능력 손실로 이어지게 되지요. 주한미군도 이 점을 매우 우려하고 있습니다. 연합훈련 문제는 기본적으로 동맹국인 미국과의 문제이며 한미 협의로 결정될 사항입니다.
우리는 북한이 남북관계나 북핵 교섭을 핑계로 한미동맹, 한미연합방위 체제에 간섭하려는 일체의 행위를 단호히 거부해야 합니다. 북한은 핵과 재래식 전력을 마음대로 증강하면서 우리의 방위력에 대해 간섭하고 있습니다. 이를 방조할 경우 더욱 큰 간섭으로 이어지게 될 것입니다.
트럼프 정부 때 한미 양국은 북핵 교섭을 위해 연합훈련을 일시 보류한 적이 있습니다. 한미 양국이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고 교섭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면 가능하겠지만, 지금은 그럴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봐요.
▶김숙: 트럼프 전 대통령이 싱가포르 회담에서 느닷없이 연합훈련을 ‘돈만 드는 워게임’이라고 얘기하면서 문제가 꼬였어요. 그건 한미동맹에 대한 모욕이었습니다. 반면 미 군부는 당시에도 훈련 재개가 아니면 한국에 주둔할 필요가 없다고 할 정도로 연합훈련의 중요성을 강조했어요.
남북이 한미연합군사훈련을 두고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통해 논의하자고 합의했다는 점 때문에 오해가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북한도 군사훈련을 자체적으로 실시하고 있잖아요. 남북공동군사위원회에서 협의한다고 했지, 금지한다고도 안 했습니다. 더욱이 그 위원회는 가동된 적도 없어요. 만약 우리 정부가 별도로 바이든 정부에 연합훈련 중단·축소를 제안하면 바이든 정부는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 봅니다. 한미동맹에 대한 의구심을 증폭시키고 신뢰를 깎는 행위가 될 수 있습니다.
▶윤병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도 일본 자위대와 미군은 지난해 말 대규모 합동군사훈련 ‘킨소드’를 실시했습니다. 이달에는 미국·일본·호주·캐나다·인도가 우리만 불참한 가운데 다국적 대잠훈련까지 진행했고요. 북한이 핵과 첨단무력 강화를 천명한 엄중한 상황에서 정작 한미연합군사훈련만 중단하면 한미동맹의 군사적 준비태세에 큰 차질을 초래할 수밖에 없습니다.
연합훈련 중단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싱가포르 회담에서 사전 협의 없이 갑작스럽게 일방적으로 선언한 것입니다. 그 사이 북한은 대규모 군사훈련을 실시하고 핵과 미사일 능력을 증대시켰어요. 이 때문에 바이든 행정부는 훈련 재개를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전 주중대사). /권욱기자
△바이든 정부에서는 북한 문제는 후순위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문재인 정부의 남은 임기 동안 종전선언 등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진전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시나요.
▶윤병세: 현 정부는 참여정부 말에 이뤄진 남북정상회담을 잘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진전에 계속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의 대북 접근방식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바이든 정부의 비판적 입장에 비춰 남북관계 진전을 추동할 수 있는 북미 관계 개선이나 비핵화 진전을 상당 기간 기대하기는 어려울 거예요. 특히 ‘바텀업’ 방식을 취하겠다는 바이든 정부의 입장이나 북한 문제가 현재까지 외교 안보 과제 우선순위에 올라와 있지 않다는 점을 보면 더욱 그렇습니다. 비핵화 진전이 없는 상태에서는 남북 대화를 통해 북미 관계를 끌어올릴 가능성은 희박해지고 있어요.
다만 블링컨 지명자는 청문회에서 인도적 문제에 대한 관심을 시사했습니다. 미국이 인도적 분야에서는 제재에 저촉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유연성을 발휘할 여지가 있습니다.
▶권영세: 현재 미국은 한반도나 북한 문제가 최우선이 아닙니다. 대외적으로 패권경쟁을 하는 중국과의 문제가 훨씬 더 중요한 상황입니다. 국내적으로도 코로나19 등 극복해야 할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아직 살아있다”고 말했듯 이란 핵 합의도 시급한 문제이고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나 싱가포르 회담 등은 기본적으로 북한과 평화를 지향한다는 철학적 기조만 남겨둬야 합니다. 미국에 강요해서는 안 됩니다. 예컨대 대북제재 완화, 한미연합군사훈련 (축소·중단) 등 지엽적인 면까지 우리의 생각을 고집해선 안 된다는 얘기예요.
▶신각수: 바이든 정부의 최우선 과제는 코로나19 대응, 경제 회복, 분열된 사회 수습 등 산적한 국내 문제입니다. 대외문제에 시간과 노력을 기울일 여유가 별로 없는 것은 사실이죠.
다만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 시절 추락한 미국 위상 회복을 위해 적극 노력할 것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중국이고, 그 다음은 이란 핵 합의 복원과 북핵 문제가 서로 우선순위 경쟁을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북한이 도발을 할 경우 바이든 정부의 대응도 빨라질 수 있지만, 이때는 오히려 제재를 강화하고 일종의 전략적 인내로 갈 위험도 있죠.
종전선언은 잘못된 정책 수단입니다. 미국도, 북한도 흥미가 없는 사안입니다. 더 이상 의미가 없습니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남북관계를 북핵 문제에 앞세우는 전략상 오류 때문에 의도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문 대통령 임기 내에 가시적 진전을 이루기는 쉽지 않다고 봅니다.
북한은 한국이 대미 접근이나 경제협력·지원을 얻는 데 활용할 가치가 있을 때만 남북관계를 진전시켜 왔습니다. 이후 상황이 바뀌면 합의를 뒤집고 성과를 되돌리는 행태를 반복해 왔죠. 북한이 합의를 위반하는 행태에 상응하는 비용을 반드시 지불하게 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선의만으로 대북관계를 개선하려는 시도는 거듭 실패하게 될 것입니다.
▶김숙: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사에 북한 문제가 포함되지 않은 것은 미국을 이해하는 측면에서 보면 이상할 게 없습니다. 저는 정책 추진에 시간이 걸릴 수는 있어도 북한 문제가 후순위로 밀린다는 데는 동의하지 않아요. 미국의 외교 안보 전략과 세계를 보는 관점에는 달라진 게 없습니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중요성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에 대응하는 데 한국은 중요한 역할을 할 겁니다. 커트 캠벨 인도·태평양조정관(아시아 차르) 내정자, 성 김 국무부 동아시아 태평양 담당 차관보 대행 등은 한국을 잘 아는 사람들입니다.
평화프로세스는 2017년 7월 베를린 구상 이후 기본 원칙이 바뀌었어요. 당초 목표였던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추진은 약화하고 정상회담에 중점을 둔 남북관계, 대북제재 완화 추구, 제재를 역행하는 대규모 경협 시도 등을 앞세워 미국의 의구심을 샀습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 지명도 남은 임기 내에 평화프로세스의 마지막 모멘텀을 살리기 위한 조치로 보여요. 바이든 정부는 ‘톱다운’ 식 정상회담에 명확히 선을 긋고 비핵화 진전에 방점을 두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평화프로세스를 기존과 똑같은 방식으로 추진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겁니다. 한미동맹에 기반해 공조를 중시하면 문재인 정부 임기 내에 의미 있는 진전은 할 수 있겠죠. 뭔가 완성하지는 못해도요. 현실적으로 봐야지, 성급히 욕심을 부리면 아무것도 얻지 못합니다.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 /수원=오승현기자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는 어떤 북미관계를 추구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김숙: 정부가 북한을 포용하고자 하고 남북·북미정상회담 추진에 모든 정성을 쏟느라 국민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했어요. 부작용도 있었고 외면을 당한 적도 있었고요. ‘기승전북’ ‘북바라기’ 등 아주 냉소적인 용어도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지나친 북한 위주, 이벤트성 위주에서 탈피해 건전하고 합리적인 상식에 입각한 상호주의를 추구해야 합니다. 그래야 북한 비핵화 추구라는 우리 목표에도 부합하고 한미관계도 원만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져요.
한미정상회담도 너무 성급하게 추진하지 말아야 합니다.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도 조지 부시 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너무 서두른 결과 실패의 쓴맛을 본 적이 있습니다. 보여주기 식 행사보다는 실무 접촉을 먼저 추진하고 국무·국방장관 방한을 조속히 끌어내는 게 더 의미가 있습니다.
▶권영세: 문재인 정부도 임기 종료 시점이 다가왔으니 급박하게 기존 기조를 바꾸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일방적인 친북·친중 기조로는 바이든 정부 아래에서 우리가 고립될 수밖에 없어요. 물론 문 대통령이 그렇게까지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다만 기본적으로 한미동맹은 더 공고히 해야 합니다.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모든 문제를 봐야 합니다. 북한 문제도 정의용 장관도 새로 지명됐으니 아마 그전과는 접근법이 달라지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윤병세: 현 시점은 우리 정부 임기가 1년여 남았고 바이든 정부는 4년 남았다는 점에서 과거 김대중 정부 말기, 부시 정부 초기와 유사한 측면이 있습니다. 2001년 새로운 미국 지도자의 정책 방향을 충분히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첫 정상회담을 서둘러 가졌다가 햇볕정책과 ‘탄도탄 요격미사일(ABM)’ 협정 문제로 (한미 양국이) 삐걱거린 경험이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임기 말까지 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과거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사례를 유념해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신각수: 바이든 정부가 진용을 갖추고 대북 정책을 마련하기까지는 수개월이 걸릴 겁니다. 올 하반기나 돼야 교섭 재개 여부를 판단할 수 있겠죠. 국내적으로는 4월 보궐선거가 끝나면 내년 대선 정국을 향해 정치권이 움직이기 때문에 정부의 정책 집행력도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 정부로서는 바이든 정부가 가급적 빠른 시기에 북핵 문제 해결에 착수하도록 해야 합니다. 대북 정책을 성안하는데 우리 입장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하고요. 한미 합의에 기초한 교섭 전략을 마련하는 일에도 주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북한의 도를 넘는 행동에 무반응으로 일관하거나 대북전단금지법과 같이 북한의 턱없는 주문에 곧바로 응하는 것은 지속 가능한 남북관계 발전에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코로나19 방역 때문에 당분간 남북이 접촉조차 힘든 상황에서 일방적인 제안을 남발하는 것도 피해야 하고요.
대화의 문은 항상 열려 있다는 자세는 분명히 해야 합니다. 다만 북한이 원하면 대화하겠다는 여유 있는 자세로 임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북 정책은 서두를수록 북한 페이스에 말려들게 됩니다.
/정리=윤경환·김인엽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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