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硏 "원화 가치 10% 절상땐, 수송장비 이익률 3.8% 떨어져"

"기계·전기·전자 산업도 큰 타격"

부산 강서구 부산항 신항 HMM(옛 현대상선) 컨테이너터미널./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속에서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 되고 있는 수출 기업들이 원·달러 환율 하락에 채산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원화 가치가 절상되면서 환율이 하락할 경우 수송 장비와 기계, 전자·전기 등 주력 산업의 영업이익이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24일 현대경제연구원은 ‘2021년 국내 수출의 주요 이슈 보고서’를 통해 “원·달러 환율 하락(원화 가치 절상)에 의한 국내 수출 기업의 채산성 악화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초기 1,285원 70전까지 급등했다가 지난 2018년 6월 이후 최저 수준인 1,082원 10전까지 하락했다. 미국의 유동성 공급에 따른 달러화 약세가 나타난 영향이다. 최근 취임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 경기 침체 회복을 위해 추가 경기 부양책 시행을 예고하면서 약달러 기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달러 약세뿐 아니라 최근 무역 수지가 개선되면서 원화 강세 요인도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원화 가치가 절상되는 과정에서 원·달러 환율이 하향 안정화되면 일부 산업의 채산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연구원은 원화 가치가 10% 절상될 경우 수송 장비 산업의 영업이익률은 3.8% 떨어질 것으로 봤다. 일반기계(-2.5%), 정밀기기(-2.4%), 전기·전자(-2.3%) 등도 원화 절상으로 영업이익에 타격을 받는다.

연구원은 “달러 약세로 인한 환율 하락은 수출 기업의 채산성에 영향을 주지 않지만 원화 가치 절상으로 인한 환율 하락은 가격 전가가 어려워 채산성을 악화시킨다”며 “특히 수송 장비, 기계, 전기전자 산업 등에서 채산성 악화가 클 것으로 우려된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따른 글로벌 수요 변화로 산업별이나 수출대상국별 차별화가 심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반적인 수출 여건 개선으로 소재부품 산업의 수출이 반등할 것으로 예상되며 친환경 산업으로 신재생에너지나 친환경 자동차 소재 부품 산업 등에 기회가 생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따른 통상 환경 변화도 예상된다.

오준범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글로벌 경기 재침체 및 수출 시장 경기 악화 가능성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적극적인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지원 기자 j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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