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1,200만 가입자 발판삼아…KT '미디어·콘텐츠 공룡' 꿈꾼다

웹툰 IP 영상물 '올레tv' 방영하고
'지니 뮤직'과 협력해 OST 출시
막강 점유율로 통합생태계 구축
디지털 플랫폼 기업 전환 본격화



KT(030200)의 디지털 플랫폼 기업(디지코·Digico)으로의 전환을 위한 작업이 새해부터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구현모 KT 대표가 밝힌 디지털 플랫폼 사업자로서 미디어·금융·ABC(인공지능·빅데이터·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한 기업 간 거래(B2B)를 바탕으로 디지털 혁신을 이루겠다는 목표가 빠른 속도로 현실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KT의 이러한 행보가 성장성이 더디다는 시장의 고정관념을 깨고 종합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으로 도약하게 하는 원동력이 될지 시장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24일 정보기술(IT) 업계는 올해 들어 이어지는 KT의 콘텐츠 법인 설립 추진과 B2B 강화 행보, 여기에 기업 간 합병은 물론 계열사 매각 등의 움직임을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진화를 위한 기업 체질 개선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우선 KT가 자사의 미디어·콘텐츠 관련 계열사들을 모아 각종 콘텐츠를 총괄하는 제작사 설립에 나서는 것은 기획·제작·투자·유통까지의 ‘콘텐츠 가치 사슬’ 완성을 통해 기업의 성장판을 본격 자극해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특히 인터넷TV(IPTV)와 위성방송 등 최대 1,20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는 등 막강한 점유율을 가진 KT의 미디어 부문에 콘텐츠가 더해진다면 국내 최고의 종합 미디어·콘텐츠 기업으로서 자리매김 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KT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국내 유료방송(위성·케이블· IPTV) 시장 점유율은 35.4%(현대HCN 포함)에 달해 LG유플러스(24.9%)를 큰 격차로 따돌리게 된다. 구 대표는 지난해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미디어 부문의 확실한 1등 기반을 바탕으로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콘텐츠 등에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급망은 완성된 KT였지만 콘텐츠 측면에서는 막강한 독점물을 바탕으로 젊은 층을 빨아들이고 있는 넷플릭스 등 경쟁사와 비교해 큰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점을 극복해나가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계획에 따라 조만간 출범할 콘텐츠 관련 신규 법인은 콘텐츠 전문 인력을 적극적으로 영입하면서 웹툰·음원 등 계열사 간 협력을 통해 사업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행보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KT는 사업 초반부 외주 제작사와의 협업은 물론 해외 판권 유통 등 해외 진출까지도 고려하는 등 콘텐츠 확보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스위트홈(넷플릭스)’과 ‘경이로운소문(OCN)’ 등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상물이 인기를 끄는 가운데 스토리위즈(웹툰 계열사)와 협력을 통해 검증된 지적재산(IP) 기반의 영상물 제작, 지니뮤직(음원 계열사)과 협력을 통한 OST 출시 등이 예상된다. 더불어 계열사 간 독점 콘텐츠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TV 플랫폼에서 동시 제공하는 원소스멀티유즈(OSMU)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KT는 제작·투자부터 유통까지 직접 수행하는 ‘디즈니 비즈니스 모델’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월트디즈니는 콘텐츠 기획부터 유통까지의 자체 생태계를 구축한 세계 최대 미디어·콘텐츠 기업이다. 설립 당시 단순 애니메이션 제작 업체였지만 이후 영화(마블), 애니메이션(픽사), 드라마(ABC스튜디오) 제작사를 꾸준히 인수하면 제작 역량 강화를 꾀했고, 완성된 콘텐츠를 직접 OTT·영화·테마파크에서 공급하고 있다.


구 대표가 제시했던 미디어 관련 청사진의 퍼즐이 하나씩 맞춰져 가면서 KT의 기업 가치 역시 함께 상승할지도 시장의 관심사다. 미디어 콘텐츠 사업은 주식시장에서 부가가치를 크게 인정하는 사업 영역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디어 분야에서 KT의 미디어 콘텐츠 사업과 비슷한 매출 규모를 보이는 CJ ENM(035760)은 주가수익비율(PER)이 20배(에프앤가이드 기준)에 달한다. CJ ENM의 경우 1주당 올리는 수익의 20배 가치를 부여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KT의 미디어 사업의 경우 지금까지 KT의 통신 사업과 묶이며 10배 미만의 PER만 인정받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익의 질이 높은 미디어 사업 성장이 KT의 전체 기업 가치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외에도 현재 KT가 ‘디지털 플랫폼 기업’을 목표로 추진하는 다양한 시도도 기업 가치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KT는 지난 22일 무전통신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통신 부문 계열사인 KT파워텔을 매각하기로 결정했고, 앞서 지난해 11월에는 KTH와 KT엠하우스 합병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여기에 B2B 사업 강화를 위한 다양한 시도도 하고 있다. KT 관계자는 “그룹 사업 효율화 관점에서의 구조 재편이 지난해부터 진행돼왔고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노현섭 기자 hit8129@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