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국으로 치닫는 한일관계 …위안부 판결싸고 정면충돌

日 "위안부 판결, 국제법 위반"
韓 "피해자 권한 막으면 안돼"

일본 정부가 한국 법원의 위안부 피해자 배상 판결과 관련해 한국 정부 주도의 시정을 요구하는 담화문을 발표하면서 연초 한일 관계가 또다시 격랑에 휩싸일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 정부도 “피해 당사자들의 문제 제기를 막을 권리나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다”며 맞대응해 양국 갈등은 접점을 찾지 못한 채 평행선을 달리는 모습이다. 조 바이든 미국 정부 출범으로 한미일 삼각 협력의 중요성이 여느 때보다 커진 가운데 악화하는 한일 관계가 우리 외교정책 전반을 표류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은 지난 23일 담화를 내고 “(위안부 판결은) 국제법에 명백히 반하는 것으로, 매우 유감”이라며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 정부를 향해 “즉각 국제법 위반을 시정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강구할 것을 재차 강하게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우리 정부는 “일본에 대해 정부 차원의 어떤 추가적인 청구도 하지 않을 방침”이라면서도 “피해 당사자들의 동의 없이 진정한 문제 해결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2015년 한일 외교 장관 간의 위안부 합의를 인정하지만 피해자 개개인이 제기하는 청구에 대해서는 정부가 막을 수 없음을 재확인한 것이다.

우리 법원은 앞서 위안부 사안이 국가 차원의 반인도적 범죄행위라는 점을 들어 배상 판결을 강행했다. 일본 정부는 그러나 주권국가가 다른 나라 법정에 서지 않는다는 ‘국가 면제’ 원칙을 내세워 재판 자체를 거부해왔다.

이에 따라 위안부, 강제 징용 판결에 따른 일본의 한국 내 자산에 대한 압류·매각 문제가 올해 한일 관계의 최대 복병으로 떠올랐다. 문재인 대통령은 앞서 “일본의 자산이 강제 매각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일본 재산을 압류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는 법적 안정성이 없다”면서 “정치적·외교적으로 큰 틀의 전환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윤홍우·김인엽 기자 seoulbir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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