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무총리가 당정이 추진 중인 자영업자 손실보상제를 두고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국가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검토하라"고 직접 주문했다. 이는 전날 문재인 대통령이 한 발언을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이다.
정 총리는 26일 오전 국무회의에 앞서 올해 첫 ‘총리-부총리 협의회’를 갖고 홍 부총리, 유은혜 사회부총리와 국정 주요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총리실에서 따르면 정 총리는 특히 이 자리에서 "손실보상 제도화 방안은 국가 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관계부처 간 충분한 협의 하에 검토하되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장의 의견을 세심히 살펴 준비하라"고 주문했다. 손실보상제 추진 의지를 홍 부총리에게 다시 한 번 명확히 제시한 것이다. 또 이 협의체를 수시로 개최하고 내각 결속력을 강화하자는 다짐도 했다.
앞서 정 총리는 지난 20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해당 제도에 대해 "대통령과 논의해 공감대도 만들었다"며 상반기 추진 목표를 제시했다. 하지만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은 같은 날 "법제화한 해외 사례를 찾기 어렵다"며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그러자 정 총리는 그날 또 다른 방송 인터뷰에서 기재부를 겨냥해 "개혁 과정에는 항상 저항 세력이 있지만 결국 사필귀정"이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이 나라가 기재부의 나라냐"라며 불만을 쏟았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이후 정 총리는 이튿날인 21일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기재부에 손실보상제 입법을 준비하라고 직접 지시했다. 그러나 다음 날인 22일, 이번에는 홍 부총리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그는 자영업자들에게 가능한 한 도움을 드리는 방향으로 검토하겠다며 손실보상제 수용 의사를 밝히면서도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이어서 정말 짚어볼 내용이 많다"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 "나라 곳간지기 역할은 국민께서 요청하시는 준엄한 의무"라는 말을 했다. 이어 24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가 손실보상제를 논의하는 고위 당정청 협의회에 돌연 불참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건강 문제였지만 정관계에서는 이를 우회적인 반대 의사 표시로 해석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문 대통령은 25일 보건복지부 등 코로나19 방역부처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정부의 방역조치에 따라 영업이 제한되거나 금지되는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해 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 일정 범위 내에서 손실보상을 제도화할 수 있는 방안도 중소벤처기업부 등 관련 부처와 함께 당정이 검토해주길 바란다”고 지시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상생연대 3법’을 비롯해 협력이익공유제 준비를 서두르겠다”며 손실보상법 도입 의사를 재확인했다.
이날 협의회에서는 이밖에 △맞춤형 피해지원 대책 추진 상황 △설 민생안정대책 준비상황 △신학기 학사운영 계획 △자영업자?소상공인 손실보상 제도화 방안 등도 함께 점검했다.
정 총리는 "학기 대비 학사운영 방안은 현장에서 혼란 없이 제대로 이행되는 것이 중요한 만큼 시도 교육청 등 일선 현장과 긴밀히 소통하며 준비하되, 정부 차원에서 방역?돌봄 등을 최대한 지원하라"고 말했다.
/윤경환 기자 ykh22@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