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전향 거부한 채 '34년' 옥살이 한 인민군 박종린씨 별세...향년 88세

'모란봉 사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무기징역 2차례...'비전향장기수' 34년 복역
종교 믿었다는 이유로 北 송환 명단서 제외...고문·투옥 생활 숙환 등 겹쳐

2018년 인터뷰하는 박종린씨 모습./연합뉴스

비전향장기수(사상전향을 거부한 채 장기복역한 인민군) 박종린씨가 26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8세.


박씨는 15살 때인 1948년 북한 만경대혁명학원에서 군사훈련을 받다가 한국전쟁 발발 후 인민군에 자원입대했다. 소좌(소령)까지 진급한 그는 1959년 6월 연락책을 맡아 남파됐다. 당초 먼저 남파된 지하조직원에게 지령을 전달하고 곧바로 북으로 돌아가려고 했으나 알 수 없는 이유로 남한 체류가 길어졌다. 결국 남파 6개월 만인 그해 12월 체포됐다.


박씨는 이승만 정권 당시 민주당 간첩 침투 사건인 이른바 '모란봉 사건' 등으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적용받아 무기징역을 2차례 받았다. 이후 대전교도소와 대구교도소 등지에서 34년을 복역하고 1993년 12월 형집행정지로 출소했다. 박씨의 유족으로는 그가 남파될 당시 생후 100일이 채 되지 않았던 딸 옥희씨가 있다. 박씨의 딸은 중년이 돼 김일성종합대학 교수로도 일했다.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양심수후원회에 따르면 1990년대 후반까지 국내에 90여명의 비전향장기수가 있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후 발표된 6·15공동선언에 따라 이들 중 63명이 북한으로 송환됐다. 그러나 전향서를 쓴 적 없는 박씨는 출소 전 한 교회와 연락을 주고받으며 기독교를 믿기 시작했다는 이유로 전향자로 분류됐고, 당시 송환자 명단에서 제외됐다.


2017년 녹내장 수술을 받은 박씨는 2018년 초 대장암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았으나 과거 고문과 오랜 투옥 생활로 인한 숙환 등이 겹쳐 생을 마감했다. 빈소는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사랑병원 1호실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28일 오전 6시다.


/지웅배 인턴기자 sedation12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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