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0%를 기록하면서 22년 만에 처음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한국 경제가 역성장한 것은 석유파동이 있었던 지난 1980년(-1.6%)과 외환위기가 발생한 1998년(-5.1%) 이후 이번이 세 번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민간 소비와 수출 모두 충격을 받은 가운데 그나마 정부가 재정 지출을 늘리면서 간신히 버텼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연간 실질 GDP가 1,830조 5,802억 원(원계열 기준)으로 전년 대비 1.0% 감소했다고 26일 밝혔다. 2017년 3.2%, 2018년 2.7%, 2019년 2.0% 등으로 하락세를 보이던 연간 성장률이 결국 뒷걸음질쳤다. 한은은 코로나19의 경제 충격이 외환위기보다는 작지만 글로벌 금융위기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4분기부터 2009년 3분기까지 4분기 동안 성장률은 -1.0% 수준이다.
연간 성장률은 지난해 11월 한은 조사국이 내놓은 전망치 -1.1%보다는 소폭 개선됐다. 4분기 성장률이 1.1%를 기록하면서 3분기(2.1%)에 이어 2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을 했기 때문이다. 민간 소비 위축에도 반도체와 화학 제품을 중심으로 수출 회복세가 도움을 줬다. 지난해 4분기 수출 성장률은 2.1%로 4분기 GDP에 대한 성장 기여도는 5.2%포인트로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내수 피해는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해 내수의 성장 기여도는 -1.4%포인트로 연간 성장률을 마이너스로 끌어내렸다. 민간 소비의 성장 기여도는 -2.4%포인트를 기록했다. 연간 수출은 전년 대비 2.5% 감소하면서 1989년(-3.7%) 이후 31년 만에 가장 낮은 성장률을 보였다.
경제활동별로는 제조업과 서비스업 모두 지난해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제조업은 전년 대비 1.0% 감소하면서 2009년(-2.3%) 이후 11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서비스업은 -1.2%로 1998년(-2.4%) 이후 최악 수준을 기록했다. 경제주체별로 살펴보면 민간에서 발생한 충격을 정부가 네 차례에 걸친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으로 떠받친 모양새다. 지난해 민간 부문의 연간 성장률 기여도는 -2%포인트인 반면 정부는 1%포인트를 기록했다.
한은은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났다고 보기 이르다고 진단했다. 2019년 4분기 GDP를 1로 놓고 봤을 때 지난해 4분기 GDP는 0.99 수준으로 코로나19 이전에 못 미친다. 민간 소비 역시 2019년 4분기를 1로 보면 지난해 4분기가 0.93으로 지난해 1분기(0.94)보다 악화된 상황이다. 우리 경제의 추세성장률이 2% 초반인 만큼 올해 3%대 회복을 기록하더라도 회복 속도가 빠르다고 볼 수 없다는 진단이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1차나 2차 때보다 3차 확산이 확진자 수도 많고 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도 강화돼 민간 소비가 꽤 위축된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실질 국내총소득(GNI) 성장률은 -0.3%를 기록했다. 한은은 국민 생활 수준을 보여주는 1인당 GNI가 2019년 3만 2,115달러보다 소폭 감소한 3만 1,000달러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명목성장률을 0% 수준으로 추정하고 원·달러 환율이 1.2% 상승한 것을 감안했다.
/조지원 기자 j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