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 배달료 내린 쿠팡이츠, '라이더 엑소더스' 시작되나

[12조 배달 시장, 배달료 낮추는 플랫폼]
2월부터 수수료 2,500원으로 조정
"날씨·거리 등 고려해 탄력적 책정"
확보 재원 새 프로모션 활용한다지만
라이더 "최저임금도 안돼" 불만 고조


빠른 배달로 소비자들의 만족도를 높이며 지난 1년 사이 월 사용자수(MAU) 10배 신장이라는 기록적인 성장을 한 쿠팡이츠도 배달 수수료 인하에 나섰다. 쿠팡이츠는 서비스 운영 효율화 차원이라는 입장이지만 잇따른 최저 배달 수수료 인하에 배달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어 업계 일각에서는 이들의 대량 이탈까지 예상하고 있다.


26일 배달 업계에 따르면 쿠팡이츠는 다음 달 2일부터 배달 수수료 실시간 할증정책을 변경하고, 최저 배달 수수료를 3,100원에서 2,500원으로 하향 조정하기로 했다. 앞서 쿠팡이츠는 지난해 11월에도 최저 배달 수수료를 3,300원에서 3,100원으로 내린 바 있다.


쿠팡이츠는 점심·저녁 시간 등 배달 수요가 많을 때는 배달 수수료를 올리고, 그렇지 않을 때는 배달 수수료를 낮추는 ‘실시간 할증 정책’을 운영하고 있다. 이번 정책 변경으로 배달 수수료는 2,500원~1만6,000원 내에서 탄력적으로 책정된다. 다만 배달 거리나 주문량, 날씨 등에 따라 최대 1만 원을 추가 지급하기로 했다. 배달 수요가 없을 때 최저 배달료를 낮추는 대신 폭설·폭우 등 악천후에 따른 ‘위험수당’ 등을 반영한 것이다.


입점 가게로부터 받는 5,000원의 배달료는 현행대로 유지된다. 쿠팡이츠는 가게로부터 받은 5,000원 중 일부를 라이더에게 배달 수수료로 지급하고, 차액을 수익으로 가져갔다. 반대로 라이더에게 5,000원 이상을 지급할 경우에는 추가 금액을 쿠팡이츠가 부담해왔다. 쿠팡이츠는 최저 배달 수수료 인하를 통해 확보한 재원을 신규 라이더 모집을 위한 프로모션 등에 활용할 전망이다.




하지만 이 같은 정책 변경으로 오히려 배달 라이더들이 쿠팡이츠에서 빠르게 이탈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라이더들이 최저 배달료가 낮아지고 고용 구조가 더욱 불안정해졌다는 점에 불만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라이더유니온은 입장문을 통해 “쿠팡이츠는 라이더들이 여러 배달 음식을 묶어서 배달하지 못하게 하기 때문에 배달 한 건당 2,500원을 주면 최저임금도 벌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어 “배달료를 비롯한 근무 조건을 마음대로 바꿔서 필요할 때 라이더를 쓰고, 필요 없을 때는 라이더를 버리기 위해 기본 배달료를 계속 내리고 있다”며 “쿠팡이츠의 갑질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업계에서는 최저 배달 수수료 인하로 그동안 다양한 프로모션을 통해 라이더 모집에 공을 들인 게 헛수고가 될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무엇보다 쿠팡이츠는 묶음 배달이 가능한 타 플랫폼과 달리 한 명의 라이더가 한 건의 배달만 해야 하기 때문에 더 많은 라이더가 필요한 구조적 한계를 갖고 있다. 만약 라이더들의 계속된 불만으로 라이더 수급에 어려움을 겪게 되면 쿠팡이츠의 경쟁력도 자연스레 떨어질 수밖에 없다. 모바일 인덱스에 따르면 쿠팡이츠의 월 이용자수(MAU)는 지난해 1월 27만 명에서 12월 284만 명으로 약 10배 이상 증가했다.


/백주원 기자 jwpaik@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