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시기에 복수의 계약서가 작성됐다면 효력을 부정할 증거가 없는 한 최신본을 따라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건물 임차인 A 씨가 임대인 B 씨를 상대로 낸 임대차 보증금 반환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6일 밝혔다.
A 씨는 지난 2009년 4월 B 씨의 상가 건물을 60개월간 보증금 1억 원과 월세 600만 원에 빌리는 임대차계약을 했다. 이후 2010년 12월에는 임대차 기간과 월세 등을 변경해 재계약했다. 당시 임대 조건이 여러 번 바뀌어 각기 다른 4건의 계약서가 작성됐다.
그러던 중 A 씨는 2015년 12월 B 씨에게 계약 만료를 이유로 보증금에서 미지급 월세를 뺀 5,800만 원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A 씨는 4장의 계약서 중 계약 기간이 60개월로 적힌 계약서를 근거로 댔다. 이에 B 씨는 ‘아직 계약 기간이 끝나지 않았다’며 임대 기간을 96개월로 정한 다른 계약서를 제시했다.
1심은 B 씨가 A 씨에게 임대 보증금을 돌려줄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B 씨가 제시한 계약서에 특약 등 상세한 계약 내용이 적혀 있고 간인(서류 사이에 찍는 인장)이 있다는 점을 짚었다. 하지만 A 씨가 계약 만료 근거로 제시한 계약서에는 특약이나 간인이 없었다.
이와 달리 2심은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마지막으로 작성된 계약서를 따라야 한다며 A 씨의 손을 들어줬다. A 씨와 B 씨는 계약서의 진위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주장을 했지만 계약서 4건의 작성 순서를 두고는 이견이 없었다.
재판부는 A 씨와 B 씨가 서로 ‘진짜’라고 제시한 계약서는 모두 허위라고 볼 만한 증거가 없는 만큼 가장 나중에 작성된 '임대 기간 60개월' 계약이 유효하다고 봤다.
B 씨는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여러 장의 계약서에 법률관계 등이 명확하지 않다면 원칙적으로 나중에 작성된 계약서에 정한 대로 계약 내용이 변경됐다고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이희조 기자 lov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