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정신상담자 64.5% 불안·우울

경기도, 정신건강위기상담전화 분석…3.5%는 극단적 선택 생각

경기도청 전경



#수원에서 매일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는 김모(33)씨는 코로나19 이후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필수화되는 등 생활의 많은 변화를 경험하면서 불안과 공포감을 호소하고 있다. 그럴 때마다 마스크를 벗을 순 없으니 어느 순간부터 머리카락을 뽑으며 불안감을 해소하고 있다는 김씨. 마스크를 쓴 뒤로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도 힘들어졌지만, 병원에 가기가 꺼려졌던 김씨는 비대면 상담이 가능한 정신건강위기상담을 통해서야 이런 사정을 털어놓았다.


#용인에 사는 박모(42)씨는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며 비정규직으로 일하던 직장에서 해고됐다. 아내와는 10년 전 이혼했고, 초등학생 자녀 2명도 코로나로 학교에 가지 않고 집에 있다 보니 식비도 많이 들고 살길이 막막하기만 했다. 박씨는 여러 기관에 도움을 요청해보았지만, 실질적으로 받을 수 있는 혜택이 없다는 사실에 절망했다.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듯 정신건강위기상담에 전화해 “삶을 끝내고 싶다”고 했던 그는 전문상담원과의 상담 후 다시 한 번 살아보겠다고 다짐했다.


경기도가 정신건강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도민을 위해 정신건강위기상담전화를 24시간 가동하고 있으며, 코로나19 관련 상담자의 64.5%가 불안과 우울감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5%는 극단적 선택까지 생각하고 있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 사회적 고립, 취미활동의 제한, 사회적 거리 두기 등이 많은 이들의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도가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기 시작한 지난해 2월부터 12월 말까지 정신건강위기상담전화 이용 건수를 분석한 결과 이 기간 총 상담건수는 1만3,301건이며 이 중 코로나19로 인한 정신건강 문제를 상담한 사례는 593건(4.45%)이었다. 이 가운데 34.5%에 이르는 상담자들(204명)이 불안을 호소했으며 우울(178명 30%), 분노(142명 24%), 불면(30명 5%), 무기력(18명 3%) 등의 증상에 시달리고 있었다. 극단적 선택의 충동을 느낀 상담자도 3.5%(21명)에 달했다.


상담 내용은 경제문제가 34%(201명)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외로움·고독도 30%(178명)에 이르렀다. 뒤이어 직장문제 21%(124명), 가정문제 8%(48명), 대인관계 문제 5%(30명), 학업문제 2%(12명) 순이었다.


상담을 통해 발견된 고위험군에 대해서는 지역 정신건강복지(자살예방)센터를 통한 심층 상담으로 연계하고 있으며, 정기적인 문자 발송을 통해 필요하면 상담 요청을 하고 적절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윤종열 기자 yjy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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