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대형 인터넷 기업 텐센트가 꿈의 ‘시가총액 1조 달러’ 클럽 가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게임 등 실적 호전으로 유동성이 몰리면서 주가가 초강세다. 경쟁사인 알리바바가 중국 정부의 규제로 어려움을 겪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26일 홍콩증권거래소에 따르면 텐센트 주가는 전일 한때 사상 최고치인 767.50홍콩달러까지 올랐다. 이에 따라 시가총액은 7조 3,633억 홍콩달러(약 9,499억 미국달러, 약 1,060조 원)를 기록했다. 5%가량만 더 오르면 현재 중국에서 유일하게 시가총액 1조 달러 클럽에 가입하게 되는 것이다.
현재 시가총액 1조 달러 이상은 미국의 애플·아마존·알파벳·마이크로소프트(MS)와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람코 등 5개 회사뿐이다. 중국에서는 국유 기업 페트로차이나가 지난 2007년 상장하면서 잠시 1조 달러를 넘은 적이 있다. 텐센트는 올 들어 25일까지 주가가 무려 35.9%나 상승했다. 25일 하루 상승 폭이었던 10.9%는 10년 만의 최대치다. 다만 26일에는 단기 급등에 대한 반발 매도로 6.2% 하락 마감했다.
텐센트의 성장은 아이러니하게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덕분이다. 비대면 분위기로 텐센트 전체 매출의 40%가량을 차지하는 게임의 수익이 커졌다. 소셜미디어 플랫폼 ‘위챗’은 코로나19 방역 과정에서 필수품이 된 상황이다. 지난해 3분기 매출은 1,578억 위안(약 26조 9,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3.7%나 급등했다.
이런 상황에서 전 세계에 넘치는 유동성이 텐센트로 몰리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올해 들어 3주 동안 텐센트에 2,510억 달러가 유입됐다. 블룸버그는 “중국의 경기 회복과 글로벌 유동성의 혜택을 가장 실적이 좋은 텐센트가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텐센트의 이런 성장은 같은 인터넷 업계의 알리바바가 중국 정부의 규제로 어려움을 겪는 것과 대조적이다. 알리바바는 지난해 10월 창업자 마윈의 “중국 금융은 전당포 영업” 연설 이후 핀테크 자회사 앤트그룹의 IPO가 중지되는 등 중국 금융 당국의 집중적인 견제를 받고 있다.
알리바바 주가는 지난해 10월 고점 대비 20%가량 빠진 상태다. 공산당원이면서 중국 금융 정책에 쓴소리를 자주 한 마윈과 달리 텐센트 창업자인 마화텅은 정부에 굴복하는 모습이
다. 그는 지난해 말 위챗페이를 운영하는 핀테크 계열사 차이푸퉁 대표에서 스스로 물러나기도 했다. 마화텅은 공산당원이 아니지만 전국인민대표대회 대표(광둥성)로 있다.
/베이징=최수문 특파원 chsm@sedaily.com
/최수문 기자 chs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