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계속된 기업공개(IPO) 공모주 투자 열풍이 올해 들어 더욱 열기를 뿜어내고 있다. 투자자들은 ‘묻지마 투자’에 나서고 있고 이에 힘 입은 기업들은 연일 청약 관련 경쟁률 기록을 경신 중이다. 저금리와 고강도 부동산 대책에 갈 곳을 잃은 자금이 증권 시장, 그 중에서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평가되는 공모주 시장에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6일 삼성증권에 따르면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의 일반 청약 경쟁률이 237.13대 1로 집계됐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는 일반 투자자들에 982억 원을 조달할 계획이었는데 청약 증거금만 11조 6,400억 원이 몰렸다. 공모 규모가 비교적 작은 회사들의 청약 경쟁률은 이제 1,000대 1이 기본이다. 같은 날 청약을 마감한 레인보우로보틱스와 와이더플래닛의 청약 경쟁률은 1,201.26대 1, 1,358대 1. 청약 증거금도 3조 1,833억 원, 2조 1,728억 원을 기록했다. 25~26일 이틀 간 약 17조 원의 일반 투자자 자금이 공모 시장에 쏟아진 셈이다.
IPO 공모 열기는 올해 첫 공모 회사인 엔비티부터 계속됐다. 1,425대 1의 경쟁률로 수요예측을 마친 이 회사는 4,398대 1의 일반 청약 경쟁률로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후 선진뷰티사이언스, 핑거, 모비릭스 등이 모두 1,400대 1 이상의 수요예측 경쟁률을 보이더니 레인보우로보틱스(1,490대 1)·아이퀘스트(1,504대 1) 등이 연달아 역대 최고 수요예측 경쟁률을 경신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투자자들은 묻지마 투자에 나서고 있다. 20년 간 공모주를 사왔다는 한 투자자는 “이렇게 과열된 시장은 처음 본다”며 “기업가치 등을 따지지 않고 일단 청약에 참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공모주 투자 광풍 현상의 가장 큰 원인을 풍부한 유동성에서 찾고 있다. 저금리 기조와 강도 높은 부동산 규제 정책에 갈 곳 잃은 시중 자금이 증권 시장으로 흘러오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증시 대기 자금 성격을 띈 투자자 예탁금은 60조~70조 원으로 2019년 28조 원 수준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
최근에는 공모투 투자가 수익률 대비 안정성이 높다는 평가도 나온다. 기업들이 할인된 공모가를 제시하고 거래소의 까다로운 상장 심사 등을 거쳤기 때문에 투자할만하다는 판단이다. 양준모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기본적으로 풍부한 유동성이 공모주 열풍의 주요 원인”이라며 “상대적으로 공모주들이 저렴하고 안정적이라는 인식에 투자자들이 IPO 시장에 몰리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했다.
/김민석 기자 seo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