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금융 당국이 공개시장 조작을 통해 유동성 회수에 전격 나서면서 상하이증시가 폭락했다. 올해 8% 이상의 경제 성장이 예상되는 가운데 경기과열을 우려한 중국이 긴축으로 본격 전환하는 게 아닌가 하는 관측이 나온다.
26일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이날로 만기가 돌아온 800억 위안 규모의 7일물 역환매조건부채권(역RP) 가운데 20억 위안어치만 매입하고 나머지 780억 위안(약 13조 원)어치는 환수했다. 이에 따라 780억 위안어치의 시중 유동성이 중앙은행으로 흡수된 것이다.
인민은행은 앞서 50여 일째 역RP를 매입해왔는데 갑자기 이를 멈춘 것이다. 특히 이번 환수는 시중에서 자금을 많이 필요로 하는 2월 춘제(한국의 설) 연휴를 앞두고 나와 더욱 상징적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상하이증권래소의 오버나잇 레포 금리는 이날 오후 5.4% 가까이 상승하기도 했다. 이는 전일 2.975%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진행 중인 가운데 중앙은행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유동성 축소에 나선 것은 사실상 중국이 처음이다.
앞서 중국 금융 관계자들은 경제성장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를 잇따라 제기했다. 중국은 지난해 주요 국가 중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2.3%)을 기록했고 올해도 8% 이상의 고성장이 예상된다. 이날 21세기경제보도 등에 따르면 이강 인민은행장은 전날 헝가리 국립은행이 주최한 온라인 회의에서 “새로운 경제성장 기조를 조정하고 정책 안정을 추구하겠다. 경제성장 안정화와 리스크 회피에서 균형을 취하겠다”고 말하며 긴축을 시사했다.
이러한 의견은 중국 관변 학자들도 이어받고 있다.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인 마쥔 칭화대 금융·발전연구센터 주임은 “빚이 빠르게 증가하는 문제를 심각하게 바라봐야 한다”면서 “통화 팽창을 적절히 통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정부가 성장률보다 “고용 안정과 통화팽창 통제 같은 거시 정책을 주된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중국 정부가 긴축 쪽으로 돌아선 것 아닌가 하는 우려로 중화권 증시는 급락했다. 이날 상하이종합지수는 전일대비 1.51% 하락한 3,569.43에 마감했다. 하루 낙폭으로는 지난해 12월 22일(-1.86%) 이후 최대치다. 홍콩 항셍지수도 2% 이상 급락했다./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