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기획 인력 융합·AI 접목 인프라…국민銀 "디지털 '퍼스트 무버'로"

[막오른 ‘은행 플랫폼’ 전쟁] <1>KB국민은행
과감한 조직개편…개발·운영 연계해 소프트웨어 개발
끊김없는 상담·고객 맞춤 상품 추천 '초연결 서비스'도
"전통 은행 틀 깨고 디지털 금융 플랫폼으로 환골탈태"

허인 국민은행장이 여의도 국민은행 영업부에 설치된 디지털셀프존에서 은행업무를 시현해보고 있다. 국민은행은 올해를 디지털 금융 플랫폼 기업 대전환의 해로 잡고 관련 정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있다. /사진 제공=국민은행


올해 은행권의 최대 화두는 ‘플랫폼’이다. 금융권이 고객의 자산을 관리해주는 ‘마이데이터’와 ‘마이페이먼트’ 등이 본격화하면서 금융과 관련한 종합 고객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판이 마련됐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고객이 찾지 않는 금융사가 된다면 금융 상품을 제조만 하는 업체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최고의 금융 플랫폼이 되기 위한 사활을 건 전쟁이 펼쳐지고 있다.


KB금융지주·국민은행의 경우 지주 회장, 행장 차원에서 연일 플랫폼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지난해 9월 3연임에 성공한 후 지금까지 공개 석상에서 계속해서 ‘넘버원 금융 플랫폼’이 돼야 한다는 점을 역설하고 있다. 윤 회장은 신년 그룹 경영전략 회의에서 “앞으로 KB는 금융회사의 핵심 가치를 유지하되 완전한 디지털 조직, 금융 플랫폼 기업으로 변모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인 국민은행장도 마찬가지다. 허 행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우리가 금융 플랫폼 생태계의 중심에 설 때 우리는 ‘퍼스트 무버’가 돼 변화를 주도할 수 있다”며 “전통 은행의 틀을 과감히 깨고 디지털 금융 플랫폼 기업으로 환골탈태하는 길에 승부를 걸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국민은행은 올해 과감한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기획을 담당하는 직원과 정보기술(IT) 전문 인력이 함께 근무하는 플랫폼 조직을 새롭게 만든 것이 핵심이다. 이 조직은 기획과 개발·운영이 동시에 이뤄지는 ‘데브옵스(DevOps)’ 방식으로 운영된다. 데브옵스란 소프트웨어 개발(Development)과 운영(Operation)의 합성어로 개발 담당자와 운영 담당자가 연계해 협력하는 소프트웨어 개발 방법이다.


이 중 상품·서비스 혁신을 지향하는 ‘비즈 플랫폼’은 은행 내 8개 사업 그룹에 설치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디지털 금융 그룹이라는 단일 조직 중심으로 디지털 사업을 추진해 한계가 있었지만 앞으로는 전(全) 은행 차원에서 디지털 혁신을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디지털 전환을 은행 내 한 부서에서만 전담해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전 부서 차원에서 실행하겠다는 의미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이를 통해 올해 금융 플랫폼 기업 대전환의 기틀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도입된 국민은행 차세대 전산 ‘더 케이(The K) 프로젝트’도 플랫폼 기업으로 진화하기 위한 국민은행의 핵심 작업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더 케이 프로젝트는 국민은행의 성공적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을 이끌어 갈 변화와 혁신의 핵심 도구”라며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클라우드 등 최신 기술이 접목된 혁신적인 IT 인프라”라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국민은행 고객은 초연결적인 은행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가령 자동차를 사고 싶어 대출을 받으려는 고객은 영업점을 방문해 상담한 후 집에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켜면 오프라인에서 상담 받았던 상품을 중단 없이 이어서 확인할 수 있다. 기존에는 오프라인 상담 후 은행 앱을 통해 상담 받았던 상품을 다시 찾고 처음부터 가입 신청 절차를 밟아야 했지만 이제는 오프라인·온라인 채널에 관계없이 거래 중단 시점부터 재연결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또 한 번의 로그인으로 국민은행뿐만 아니라 KB손해보험·KB캐피탈 등 KB금융지주 각 계열사 서비스도 별도의 인증 없이 이용할 수 있다. AI 플랫폼 기반의 개인화된 추천 모형을 활용해 각각의 고객에게 초개인화된 금융 상품도 추천할 수 있다. 콜센터 역시 기존의 단순 업무 안내에서 벗어나 영업점과 대등한 수준의 전문적인 상담을 제공하게 된다. 국민은행 본부 직원 입장에서도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 결정을 할 수 있어 의사 결정의 오류를 최소화할 수 있다. 은행의 경우 미래 환경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클라우드 인프라를 확보할 수 있고 해외시장 진출 시에도 표준화된 플랫폼을 그대로 해외 사업에 적용해 시스템 개발 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


이외에도 국민은행은 고객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KB미리작성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영업점 방문 고객은 번호표를 받고 순서가 돌아올 때까지 시간을 보내야 했지만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대기시간 동안 처리하고자 하는 업무 정보를 객장에 설치된 태블릿PC를 통해 미리 작성할 수 있다. 자신의 순서가 돌아오면 작성했던 것을 기반으로 상담을 이어갈 수 있어 시간이 대폭 단축된다. 또 가상이동통신망(MVNO) 서비스 리브엠(Livv M)은 예·적금, 카드 등 다양한 금융 상품과 연계한 차별화된 요금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고객 불편함을 해소하고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해 금융 영토를 확장, 고객과 직원이 모두 즐거운 은행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태규 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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