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서학개미’ 들이 종목 중심의 투자에서 스팩 (SPAC·기업인수목적회사)으로 투자 대상을 확대하고 있다. 스팩을 통한 혁신기업 상장이 국내보다 빈번하고, 스팩 유지기간이 짧은 점 등이 매력으로 지목된다.
26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은 이달 들어 지난 25일까지 ‘CHURCHILL CAPITAL CORP IV(CCIV)’는 9,035만달러, OCIAL CAPITAL HEDOSOPHIA HOLDINGS. V'(IPOE)'를 7,058만달러 순매수했다. 이들은 주식 공모를 통해 자금을 조달해 기업 인수·합병을 목적으로 하는 스팩기업으로 각각 이달 순매수 6위, 10위에 해당한다.
최상위권은 여전히 테슬라(8억2,714만달러)와 애플(4억5,808만달러)이 차지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도 좀처럼 큰 주목을 받지 못하는 스팩이 새로 상위권에 포함됐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CCIV’는 시티그룹 전 CEO인 마이클 클레인이 이끄는 처칠 캐피탈의 스팩으로 최근 국내에도 잘 알려진 럭셔리 전기차 브랜드 루시드에어와의 합병설이 불거졌다. ‘IPOE’는 페이스북 전직 부사장 출신인 차마스 팔리하피티야가 이끄는 소셜 캐피탈 헤도소피아 홀딩스가 상장한 스팩으로 지난 7일 미국 핀테크 기업 소파이와의 합병을 발표했다.
서학개미가 스팩으로 몰리는 것은 기대수익률이 높고 유명기업을 선점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에 대응 하는 과정에서 확대된 유동성으로 국내와 마찬가지로 미국도 IPO 시장이 활황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미국에서 상장한 스팩은 767억달러를 조달하며 일반 IPO와 유사한 수준까지 급증했다. 올해 들어서는 지난 22일까지 67개의 스팩이 약 190억달러를 조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스팩은 통상 상장 존속 기간 안에 인수합병을 하지 못하면 투자금과 예금 이자 수준의 소액 이자를 투자자에게 돌려준 뒤 상장폐지된다. 미국의 경우, 주당 액면가가 10달러(약 1만1,000원)으로 국내 스팩의 액면가(2,000원)보다는 높지만 스팩의 인수를 위한 존속기간이 2년으로 3년인 국내보다 짧다. 무엇보다 장점은 짧은 상장 소요기간이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상장 스팩이 기업을 인수합병하기까지 소요된 시간이 2018년에는 평균 17개월이었다면, 지난해 하반기 이후로는 평균 3~4개월까지 줄었다.
이 떄문에 대형 기술주의 스팩합병 사례도 적지않다. 올해 들어 순매수액 1,895만 달러인 수소트럭업체 니콜라와 4,722만달러인 배터리 제조업체 퀀텀스케이프, 온라인 부동산 중개 플랫폼 오픈도어와 최근 우주산업이 각광받으며 주목받는 우주관광업체 버진갤럭틱 등이 스팩상장을 통해 증시에 입성한 바 있다.
다만 투자 유의사항도 적지 않다. 당장 다만 스팩합병 상장한 업체 중 버진갤럭틱, 드래프트킹즈 등은 주가 성과가 지수를 웃돌고 있지만, 니콜라와 멀티플랜은 사기 의혹과 사업가치저하로 인해 주가가 부진하다.
또, 국내 스팩과 마찬가지로 합병이 공식화 되기 전에는 제한된 정보 내에서 투자를 해야하고, 합병 발표 후에는 주가가 큰 변동성을 보이기도 한다.
임지용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합병 대상을 알 수 없는 단계에서 너무 높은 가격에 매수하면 합병 불발이나 기간 연장 시 스팩의 주가가 공모가 수준으로 하락할 수 있다”면서 “합병 발표 후에도 최종 딜이 마무리되기 전까지 여러 호재로 주가가 상승하는 사례도 있어 합병 발표 후 대상 기업을 분석하고 성장성에 베팅하는 방법이 차선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증권가에서는 정보부족과 시차 등의 장벽이 존재하는 미국 시장의 경우, 개별 스팩 종목에 투자하기보다는 스팩을 담는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한 투자를 권했다.
강대석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위험성 높은 개별 스팩에 대한 투자보다는 여러 스팩 및 스팩합병 기업을 보유해 변동성을 줄일수 있는 SPAK(107개)과 SPCX(68개)와 같은 ETF투자가 적절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양사록 기자 saro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