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하루 평균 400명 정도로 줄었다. 지난해 말 1,000명을 넘던 것에 비해 크게 줄면서 정부가 거리 두기 방침 조정을 논의 중이다. 때마침 한국은행이 지난 2020년 4분기 국민소득을 발표했는데 겨울철 제3차 유행에도 불구하고 경제는 전기 대비 1.1%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기하게도 이 같은 상황에서 감염병으로 인한 피해 지원금을 더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여당 정책위의장은 오는 3월 집행을 목표로 법을 만들자고 하고 야당 대표는 대통령 긴급 재정·경제 명령권을 발동해서라도 지원하자고 한다. 현재 정부가 손 놓지 않고 3차 재난지원금을 착착 집행하고 있는데도 정치권이 빗발치듯 추가 지원 대책을 주문하는 이유는 아무리 찾아봐도 4월 보궐선거뿐이다.
첫째, 주문이 전 국민 대상 재난지원금 지급인데 그 이유가 국민 사기를 북돋기 위함이란다. 정치인이 자기 돈을 들여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준다면 혹 위로가 될지 모르지만 나랏빚 즉 국민의 빚으로 하는 것이 어떻게 사기 진작이고 위로인지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 송나라 저공이 원숭이에게 도토리를 아침에 세 개, 저녁에 네 개 주다가 아침 네 개, 저녁 세 개로 바꿔줬더니 좋아하더라(朝三暮四) 하는 고사성어를 떠올리게 한다.
소비 진작을 위해 돈 뿌리는 게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차 재난지원금으로 지급한 돈의 30% 정도만 매출 증대 효과가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미국에서도 비슷한 연구 결과가 나왔으며 미국은 고소득자에게는 주지도 않는다.
둘째, 코로나19로 이익 본 사람이 피해 본 사람을 지원하자는 이익공유제 주장도 나왔다. 논리적으로 이익공유제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과 양립하기 어렵다. 코로나19로 이익을 봐 남에게 나눠줘야 할 정도로 여유가 있다면 그 사람에게까지 나랏빚으로 마련한 재난지원금을 줄 수는 없다.
이익을 챙긴 주체는 기업이나 금융기관이고 피해 당사자는 일반 국민이라는 인식의 오류에서 나온 발상일 수도 있다. 그러나 삼성과 같은 기업에 수익이 생기면 종업원과 취업자에게 혜택이 돌아가고 삼성 주식을 가진 개인 투자자는 주가가 올라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코로나19로 인한 이익과 창의적인 노력으로 얻은 이익을 구분하기 어렵다. 이익을 다른 사람과 나누는 제도에서는 열심히 노력하며 돈 벌 의욕을 잃게 해 사회 전체적으로 손실이 크다. 과거 자유무역협정을 맺을 때 이익공유제를 시도해봤으나 거의 실효성이 없었다.
셋째, 자영업자에 대한 손실 보상을 제도화하자는 움직임도 있다. 정부는 자영업자 지원 조치를 지난해 3차 및 4차 추경과 올해 초 맞춤형 피해 지원 대책에 포함해 실시했다. 그러나 자영업자들이 겪은 피해보다 지원금이 부족하므로 실제 손실을 채울 정도로 보상하는 방법을 법률로 만들자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문제는 돈이다. 여당 추계로는 98조 원, 야당 대표 요구도 100조 원 정도 된다. 지난해 추경 지출 전체의 두 배이며 우리 국군 한 해 국방비의 두 배에 해당한다.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적자 상태인 자영업자 비율이 20%라고 하는데 방역으로 인한 손실을 어떻게 구별해낼 수 있을지도 문제다.
바이러스 충격으로 청년층인 20대는 인구가 증가하는 와중에도 취업자는 줄어 고용률이 2.5%포인트나 내려갔다. 취업난의 여파로 청년층 잠재 실업률은 26%로 치솟았다. 가뜩이나 힘든 청년들에게 정치인들이 장래 갚아야 할 나랏빚까지 잔뜩 짊어지우는 어리석음을 범치 않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