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 이익공유 강제땐 주주가치 훼손…ISDS 휘말릴 수도"

[규제·포퓰리즘에 갇힌 기업 특별좌담]
기업활동 결과는 주주 몫, 제 3자와 공유땐 배임·횡령
'이익' 기준도 명확하지 않아…사회라는 이름으로 환수
중대재해법으론 산재 못 줄여…해외 외주만 쏟아질 것
오너경영 죄악시…공정경제라면서 의결권 제한도 문제

서울경제가 지난 25일 마련한 '기업 경영 환경 진단과 대응 방안' 대담에서 김태기(왼쪽)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와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가 의견을 나누고 있다. /성형주 기자


▶참석자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사회=서정명 산업부장



새해 벽두부터 기업들이 거센 한숨을 토해내고 있다. 넘쳐나는 규제에 기업들은 글로벌 경쟁력을 우려하고 있는데 유력 대권 주자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기업 이익을 공유하자고 나섰다. 중대 재해가 발생한 기업의 경영진을 징역형 살게 하는 법안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신성장 동력을 선제적으로 확충하는 일이 발등의 불로 떨어졌는데 기업들의 발목을 잡는 정책과 규제만 난무한다.


서울경제는 국내 산업계를 둘러싼 엄혹한 경영 환경을 진단하고 규제 리스크를 따져보기 위해 회사법 전문가인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와 노동경제학자인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와의 대담을 마련했다.



-여권에서 포퓰리즘 성격이 짙은 이익공유제 법제화를 시도하고 있다.


△최준선 명예교수=결국에는 협력이익공유제를 하겠다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6월 여당 의원들이 발의한 협력이익공유제 법안을 이름만 바꿔서 분배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거둬들이기는 쉽다. 중요한 것은 분배다. 분배는 정교해야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피해를 본 업체가 너무 많아서 분배가 제대로 될 수가 없다. 무엇보다 기업 활동의 결과는 주주 몫이다. 이것을 제3자와 공유한다는 것은 주주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다. 형법상 배임·횡령에 해당한다. 동시에 상법상 이사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어서 이사는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


△김태기 교수=최 교수가 정확하게 진단했다. 무엇을 이익으로 해서 공유하겠다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 그러다 보니 전혀 준비가 안 돼 있고 설익었다. 이익 공유를 한다면 결국 삼성을 포함해 대기업이 부담해야 한다. 코미디 같은 얘기다. 여차하면 이익환수제로 갈 수 있다고 본다. 이익이라는 것은 기업의 생산 주체가 만든 성과물이다. 이 성과를 국가가 사회라는 이름으로 가져가겠다는 게 이익 환수다. 포퓰리즘 경쟁에 불이 붙으면 무슨 말을 못하겠나.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을 이익공유제로 할지 명확히 밝히는 것이다.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

-대기업이 또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다른 부작용과 문제점은 없나.


△최 명예교수=최악의 경우 해외 투자가가 우리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국제투자분쟁(ISDS)까지 갈 수도 있다. 각국 정부가 코로나19를 핑계로 기업 활동을 크게 제약하고 있다. 헤지펀드들이 면밀하게 조사하고 있다. 헤지펀드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이미 글로벌 대형 로펌들이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걸면 이길 수 있다며 고객들을 끌어모으고 있는 것으로 안다.


△김 교수=외국인 투자가들은 이익 공유를 법제화한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당연히 분쟁 문제가 불거질 것이다. 행동주의펀드들이 가만히 있을 리 없다.


-급할 때는 기업을 이용하면서 규제 족쇄는 더 조이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결국 국회를 통과했는데.


△최 명예교수=중대재해처벌법을 시행한다고 해서 사고가 안 나는 것이 아니다. 사고는 90% 이상이 영세 중소기업에서 발생한다. 대기업은 관리가 비교적 잘되기 때문에 중대 재해 사고가 많이 나지 않는다. 부작용이 많을 것이다. 우선 법을 피하기 위해 회사를 5인 미만으로 쪼개버릴 수 있다. 해외 아웃소싱이 굉장히 많아질 것이다. 해외에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이 안 되기 때문이다. 공장을 자동화해서 근로자를 줄일 수도 있다.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으면서 결국 자영업을 하게 된다. 안 그래도 자영업자 비중이 주요7개국(G7) 중 최고다.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다.


△김 교수=정확한 지적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위험의 외주화’에서부터 왔다. 위험한 업무는 노조도 반대하고 회사도 자체적으로 안 하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외부에 맡기는 것이다. 해외는 어떠냐. 해외는 급여체계가 다르다. 위험한 업무를 하는 사람은 숙달되고 전문성이 있는 사람이다. 급여도 높다. 우리는 그런 것 없이 그냥 하청을 주고 문제가 생기면 ‘왜 하청을 줬냐’고 한다. 사람만 처벌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국민을 착각에 빠뜨리는 것이다.


-기업 규제 3법(공정거래법·상법·금융그룹통합감독법)으로 경영권 방어가 힘들어질 것이라는 비판이 많다.


△최 명예교수=규제가 엄청 늘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신설·강화된 규제 중 96.4%는 비중요 규제라고 해서 규제개혁위원회 심사도 안 받았다. 나머지는 국회 심의가 필요 없는 시행령이나 고시 규정으로 가능하게 했다. 규제가 통제가 안 되고 남발되고 있다.


△김 교수=공정 경제라는 이름으로 포장해 타이틀은 그럴듯하다. 공정 경제라고 하면서 대주주 의결권을 제한한다. 재벌 개혁이라는 것이 결국 오너 경영 해체를 의미하는 것 같다. 오너 경영이 좋으냐 안 좋으냐는 딱 잘라 말하기 어렵다. 분명한 것은 과감하고 신속한 의사 결정에는 오너 경영이 더 적합하다는 점이다. 세계 전기차 1위 테슬라를 이끄는 일론 머스크는 전문 경영인인가. 방향을 잘못 짚고 있다. 오너 경영을 죄악시하는 시각을 교정해야 한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법정 구속됐다. 판결을 어떻게 해석하나.


△김 교수=사법부가 포퓰리즘에 물들었다고 본다. 판사의 역할은 유무죄를 따지는 것이다. 그런데도 재판부는 준법감시위원회를 만들면 마치 양형에 영향을 줄 것처럼 했다. 정작 결과는 거꾸로 나왔다. 정치와 여론에 휘둘렸다고 본다.


△최 명예교수=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이 부회장을 법정 구속시키면서 준법위의 역할에 대해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새로운 유형의 위험을 정의하고 이에 대비한 선제적 예방 및 감시 활동을 하는 데까지 이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준법위 위원들은 외부인일 뿐인데 앞으로 ‘새로운 유형의 위험’을 어떻게 ‘예측’하고 이를 ‘정의’하며 ‘선제적 예방 및 감시 활동’을 하라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


-이 부회장의 구속이 삼성과 한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겠나.


△최 명예교수=미래는 인공지능(AI) 시대다. 정보기술(IT) 산업 기술과 역량을 가장 핵심적인 혁신 수단과 경쟁 도구로 활용하는 시대다.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요소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의 최고 의사 결정권자인 이 부회장이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면서 경영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삼성은 글로벌 톱100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에 포함돼 있는 유일한 한국 기업이다. 이런 회사의 총수가 감옥에 가 있다. 굉장히 심각한 위기다. ICT 분야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한발 앞서 나가야 할 때 총수가 부재하니 어떻게 기술을 확보하고 격차를 낼 것인지에 대한 우려가 크다.


△김 교수=기회비용이 클 것이다. 삼성과 대한민국 경제 전체가 대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대규모 투자를 하고 인수합병(M&A)을 해야 한다. 정치·경제적으로, 그리고 우리 미래 세대에 부담을 주는 것이다. 지금 화두가 되고 있는 자율주행차는 한마디로 ‘반도체 덩어리’다. 차의 모든 것이 반도체로 움직인다. 삼성이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반도체 만들 사람을 감옥으로 보내놓고 이런 것을 하겠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했다. 한국 기업에는 위기와 기회 요인이 상존할 것 같은데.


△최 명예교수=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이 다소 완화되고 우리 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의 강한 환경 규제 의지가 새 무역 장벽이 될 수도 있다. 중국에 대한 강경 입장에도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미중 통상 갈등 속에 선택을 강요받는 샌드위치 처지에 몰릴 가능성이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동맹과 다자주의 부활을 강조해왔다는 점에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참여를 공식화할 텐데 한국이 여기서 배제되면 타격이 클 것이다. 미국과 보조를 맞춰 적극적인 가입 의사 표명이 시급해 보인다.


△김 교수=전적으로 동의한다. 우리 정부는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환상에 빠져 있다. 기회주의적인 생각이다. 용납이 안 될 것이다. 미국은 안보와 경제를 분리하지 않는다. 중국 화웨이를 안보와 연계해 제재하지 않았나. 아울러 바이든 행정부가 속한 민주당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바로 인권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미국에 더 투자를 하고 사업을 펼쳐야 하는데 한국 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가 우리 기업들의 이러한 경영 활동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본다.



//정리=한재영 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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