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 통화에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협상의 조속한 타결 및 남북 대화 지지 등 각종 당근책을 제시했다. 대중 수출 및 남북 대화가 절실한 문재인 정부의 '약한 고리'를 파고들며 조 바이든 시대의 한미 동맹 결속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행보로 분석된다.
시 주석은 아울러 미국이 반중(反中) 전선을 구축하기 위해 검토 중인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과 관련해 "한국과 (중국이) 소통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과 일본이 주도할 것으로 보이는 CPTPP에 중국이 역으로 뛰어들며 ‘판 흔들기’에 나선 셈으로 우리 외교가 중심을 잡지 못하고 휘둘리는 모습이다.
27일 청와대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시 주석은 전날 이뤄진 문 대통령과의 정상 통화에서 CPTPP 가입을 위한 한중 협력, 한중 FTA 2단계 협상의 조속한 타결, 동북아방역보건협력체 및 한중일 정상 회의 개최 지지 의사 등을 밝혔다. 이번 한중 정상 간 통화는 중국 측의 요청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바이든 대통령이 동맹 연대를 통해 한국을 끌어들려 할 테니 중국이 앞서 이를 견제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새 행정부 출범 이후 한미 정상 간 통화 전에 한중 정상의 통화가 이뤄진 것을 놓고 외교가의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과의 정상 통화에 앞서 시 주석과 통화한 것은 우리 외교의 ‘전략 부재’가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내년은 한중 수교 30주년이 되는 해로 이번 일정은 바이든 정부 출범 이전부터 추진됐다”면서 "신년 인사 차원의 정상 통화"라고 일축했다.
양 정상 간 통화를 계기로 시 주석의 방한이 올 상반기에 본격 추진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바이든 행정부가 ‘민주 동맹’ 등을 형성하기 전에 시 주석이 방한을 서두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외교가 안팎에서는 중국의 연례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마무리된 오는 3월 말께 시 주석의 방한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한편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통화 일정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서훈 청와대 안보실장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생각을 같이 했기 때문에 조만간 알려드리지 않겠나”고 말했다.
/허세민 기자 semin@sedaily.com, 김인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