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통화에서 양국 협력 방안을 협의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중국의 요청으로 이뤄진 통화에서 양국 정상은 시 주석의 조속한 방한에 대해 의견을 같이했다.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서도 문 대통령이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당부하자 시 주석은 남북·북미 대화를 지지한다고 화답했다. 하지만 중국 매체가 전한 내용에는 이런 대화가 빠져 있다.
신화통신은 대신 문 대통령이 “중국의 국제적 지위와 영향력이 나날이 강화되고 있다”며 “두 번째 100년 분투 목표의 실현을 위해 중요한 발걸음을 내디뎠다”고 언급했다고 소개했다. 친중(親中)으로 미국이 오해할 수 있는 발언이다. 그러잖아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문 대통령의 첫 통화가 추진되는 가운데 시 주석과 먼저 통화한 것을 두고 우려하는 시선이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한중 정상 통화에 대해 “바이든 행정부가 주도하는 민주사회의 반중 동맹을 좌절시키기 위해 한국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는 중국 전략의 일환”이라고 해석했다. 중국은 한중 협력을 외치면서도 ‘한한령(限韓令)’을 해제하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 군함들이 백령도 인근 40㎞ 해역까지 들어왔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이번 통화에서 한중 갈등 현안에 대해서는 거론하지 않았다.
우리는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계기로 대중국 전략을 새로 짜야 한다.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하는 ‘민주국가 연대’에 적극 참여하고 중국의 부당한 처사에 대해서는 할 말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의 최대 무역 상대국인 중국과의 우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한미 동맹 강화를 바탕으로 중·장거리 미사일과 원자력추진잠수함 개발 등으로 군사력을 증강해야 안보를 튼튼히 하고 우리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이와 함께 미국과 유럽·동남아 등으로 시장과 공급망을 다변화해 대중 무역 의존도를 낮추는 일도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