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코스닥 사흘간 시총 110조 증발... "악재에 민감반응"

[코스피 1.7% 하락 3,069 마감]
실물·주가 괴리 확대 속 단기 조정
개인들, 변동성 커지자 단타 비중 줄여
양시장서 거래 적극성까지 감퇴 양상
"숨고르기일뿐...추세 꺾인것 아냐" 지적


코스피지수가 사흘 연속 약세를 보이며 3,100 선이 무너졌다. 높아진 가격에 부담을 느끼는 상황에서 조그만 대내외 악재에도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좀처럼 반등을 시도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 증시를 이끌었던 개인 투자자도 확대되는 변동성과 불확실성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만 숨을 고르는 과정일 뿐 증시에서 이탈할 시기는 아니라는 지적이다.


28일 코스피지수는 전일 대비 1.71%(53.51포인트) 하락한 3,069.05에 거래를 끝내며 석 달 만에 3일 연속 내림세를 탔다. 지난 사흘 동안 코스피와 코스닥의 시가총액은 각각 96조 4,144억 원, 14조 3,052억 원씩 빠졌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은 1조 9,390억 원어치를 사들였고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조 5,730억 원, 3,810억 원을 순매도했다.


코스피의 단기 조정 과정이 시작됐다는 진단이다. 지난해 11월 미국 대선 이후 경기회복 기대감을 빠르게 선반영하고 동학 개미의 막대한 수급이 쏟아지면서 랠리를 펼쳤지만 최근 실물경제와 온도 차가 급격히 커지면서 악재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졌다는 평가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경기회복세가 완만해지고 있다고 판단하면서도 부양책 언급을 피한 것이 조정의 빌미가 됐다”며 “경기 정상화 속도보다 가팔랐던 주가 상승에 대한 부담이 표출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변동성 확대 구간마다 국내 증시를 이끌었던 개인의 매매 행태도 다소 바뀌는 모습이다. 전처럼 기관과 외국인들의 물량을 꾸준히 받아내고는 있지만 최근 거래에 대한 적극성이 감퇴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실제로 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26일까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시장의 개인 거래 비중은 평균 74%로 전달(78%)보다 4%포인트 낮아졌다. 금리 상승 우려로 코스피의 상승 폭이 주춤해진 13일 양대 시장의 개인 거래 비중은 70%까지 내려가기도 하는 등 이전보다 거래 강도가 확연히 완화됐다.


개인의 단타 매매 비중도 감소하는 모양새다. 이달 코스피 시장에서 개인의 ‘데이트레이딩’ 비중은 44.6%로 전달(45.7%)보다 1.1%포인트 떨어졌다. 특히 코스닥 시장은 지난해 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53.5%까지 하락했다. 데이트레이딩은 매수한 주식을 당일 매도하는 단타 매매 기법으로, 단타가 성행할수록 비중이 올라간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최근 증시 변동성이 심해지면서 연초 개인들을 증시로 대거 내몰았던 ‘포모(Fear Of Missing Out·FOMO)증후군’이 다소 진정되고 있는 것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증권 업계의 한 관계자는 “순매수세는 여전하지만 변동성이 심해지자 개인이 시장을 좀 더 냉정하게 보고 거래에 나서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펀더멘털 개선은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에 코스피는 잠시 숨을 고른 뒤 우상향 추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주요국 중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한 중국의 유동성 흡수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국내는 중국의 통화정책에 민감하지 않아 큰 하방 압력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평가다. 최 센터장은 “한국은 글로벌 경기 정상화로 인한 수혜의 정도가 상대적으로 큰 국가”라며 “상승 추세 속 조정이기 때문에 당분간 기다리면서 반도체·배터리 업종의 저가 매수 타이밍을 노리는 전략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벌어진 펀더멘털과의 괴리를 줄이기 위한 변동성 확대는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단기간 내 펀더멘털과의 격차가 좁혀지기는 어려워 오는 2월에도 높은 변동성 국면이 지속될 수 있다”며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기본적으로 높은 곳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투자 기간이 길어야 하며 장기 성장성이 있는 우량주로 종목을 압축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조언했다.


/이승배 기자 bae@sedaily.com, 박성호 기자 junpark@sedaily.com, 신한나 기자 han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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