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VIEW] '며느라기' 이렇게 현실적인 '가족 드라마'가 있었나?

/사진설명=카카오TV 웹드라마 ‘며느라기’

카카오TV 오리지널 콘텐츠 ‘며느라기’가 현실 시월드 모습을 솔직담백하게 그려내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며느라기’는 요즘 시대 평범한 며느리인 ‘민사린’이 시월드에 입성하면서 겪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그린 웹드라마로, 첫 공개 이후 입소문에 힘입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7편 만에 조회수 1,000만뷰를 넘어선 데 이어 1월 넷째 주 OTT 웨이브(wavve) 드라마 차트에서 10위에 오르기도 했다.

‘며느라기’는 매 회 20분 정도의 짧은 분량 안에 솔직한 현실 시월드를 그려내고 있다. 주인공 민사린(박하선)은 시월드에서 사랑받고픈 의욕이 넘치는 ‘며느라기(期)’를 맞은 결혼 한 달 차 며느리로, 착하고 싹싹한 며느리가 되고 싶어 최선을 다하지만 시댁은 친절하더라도 절대 가깝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 중이다.

시어머니 박기동(문희경) 생신 기념 식구들과 함께 아침 식사를 하면서 시댁 식구들이 나누는 생소한 주제의 대화에 끼어들지 못해 눈치를 보고, 설거지 후 남은 키위 세 조각을 ‘먹어치울 때’ 느끼는 섭섭함이 절대 공감을 자아낸다.

할아버지 제사를 지내는 장면도 평범한 가정의 단면을 그대로 떼어온 듯 생생하다. 남편 무구영(권율)은 자신의 할아버지 제사를 앞두고, 다른 행사에 갔다가 빨리 돌아와서 돕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민사린은 “날 돕는다고? 나는 네 할아버지 얼굴도 본 적 없다. 내가 너를 돕는 거라고 생각하지 않냐”고 되물었다. 하지만 부모님 댁에 도착하자마자 남편은 주방 근처에도 오지 못하고, 결국 노동은 그녀의 차지가 된다. 이 모습은 우리 주변에 익숙한 며느리의 전형적인 모습이기에 더 안타깝다.


형님인 정혜린(백은혜)은 ‘착한 며느리’가 되기를 거부해 시청자들의 숨통을 틔운다. 첫 명절에 시댁 가족들이 모두 나가거나 거실에서 놀고 있는 모습을 보며 “다들 너무 했다. 며느리니까 당연히 어머님이랑 같이 음식을 만들 거라고 생각하시는 거냐”고 반문한 것. 그 후로도 아이를 낳으면 봐주겠다는 시어머니의 말을 단호하게 거절하며 유능한 도우미를 구했다고 말하는 등 부담스런 상황에서도 똑 부러지게 대처해 통쾌함을 안긴다.

/사진설명=카카오TV 웹드라마 ‘며느라기’

작품은 현실 시월드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누군가의 엄마, 딸, 언니 혹은 동생이라면 느꼈을 법한 아픈 곳을 찌른다. 하지만 시댁살이의 아픔을 전달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이들 모두에게 ‘악의’가 있진 않다는 점 또한 섬세하게 그려낸다.

얄미운 시어머니 박기동도 평생 부엌에 한 번 들어오지 않은 가부장적인 남편과 살며 가사 노동을 전담한 피해자다. 살가운 둘째 며느리에게 바라는 것이 많아지는 건 고된 세월 탓이 크다. 엄마는 황태미역국을 좋아한다며, 사린에게 아침 생일상을 차리길 은근히 강요하던 시동생 무미영(최윤라)도 마찬가지. 그 또한 누군가의 며느리로 시어머니에게 잘 보이기 위해 퇴근 후 친정엄마 집에서 배추를 절이고 김장을 하러 가야 한다.

남편은 결혼 후 연애시절과 180도 다른 모습이다. 힘들게 살아온 부모님을 위해 사린이 ‘대리 효도’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집안일을 쉽게 생각하는 아버지로 인해 상처를 받은 어머니, 시댁 스트레스로 힘들어하는 여동생을 보며 그제야 아내의 고초를 깨닫는다. 미숙하다는 점이 면죄부가 될 순 없지만 변화의 가능성은 엿보인다.

드라마 ‘며느라기’는 이제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제작발표회 당시 이광영 감독은 드라마에 대해 “‘며느라기’는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우리들의 이야기”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이미 그 목적은 충분히 달성됐다. 공감을 넘어 의미 있는 변화에 대한 목소리까지 불러낼 수 있을지 ‘며느라기’에 거는 기대가 크다.

/임수빈기자 imsoup@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