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5명의 출전자 중 그보다 나이 많은 선수는 없다. 그의 평균 258.5야드보다 드라이버 샷 거리가 짧은 선수도 없었다. 하지만 순위에서 그보다 앞선 선수는 3명에 불과했다.
한국의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개척자인 최경주(51·SK텔레콤) 얘기다. 최경주는 29일(한국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라호야의 토리파인스 골프클럽 북코스(파72)에서 열린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총상금 750만 달러) 1라운드에서 6언더파 66타를 때려 공동 4위에 이름을 올렸다. 8언더파로 공동 선두에 나선 패트릭 리드(미국), 알렉스 노렌(스웨덴)과는 2타 차이다. 스콧 셰플러(미국)가 7언더파로 단독 3위에 자리했다.
지난 2011년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통산 여덟 번째 우승을 수확한 최경주는 거의 10년 만의 승수 추가를 향한 첫 단추를 끼웠다. 2000년 한국인 1호로 PGA 투어에 진출해 새 역사를 쓴 그는 2002년 컴팩 클래식 제패를 시작으로 여덟 차례나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한국 선수 다승 2위는 3승의 김시우(26·CJ대한통운)다.
지난해 만 50세가 돼 챔피언스(시니어) 투어를 병행하는 최경주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타수를 줄여 나갔다. 300야드가 우스운 젊은 선수들보다 드라이버 샷은 30~40야드 짧았지만 페어웨이 안착률 공동 10위(71.43%), 그린 적중률 공동 16위(83.33%)의 정확도에 승부를 걸었다. 그린 적중 시 퍼트 역시 홀당 1.667개(공동 31위)로 좋았다. 이 대회에서 2014년과 2016년 준우승을 차지한 경험도 베테랑의 자산이다. 17번홀(파5)에서는 두 번째 샷을 그린에 올린 뒤 가볍게 버디를 잡기도 했다. 올해 클럽을 바꾸고 새롭게 출발한 최경주는 “젊은 선수들과 싸우기 때문에 쉽지 않지만 그들과 경쟁을 한다는 것이 행복하다”면서 “코스가 예전에 비해 좁고 길어져 페어웨이만 지키자는 생각으로 임했다”고 말했다.
‘최경주 키즈’들도 출발이 좋았다. 지난 주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에서 우승한 김시우는 4언더파 공동 21위로 2연승을 향해 순항을 시작했다. 이번 시즌 두 번째 대회에 출전한 노승열(30)도 김시우와 나란히 4언더파 공동 21위에 자리를 잡았고 임성재(23)는 3언더파 공동 32위로 뒤를 이었다.
한국 군단에게는 2라운드 이후 경기하는 남코스(파72) 극복이 과제다. 올해 US 오픈 개최지이기도 한 남코스는 전장이 PGA 투어 개최 코스 중 가장 긴 7,765야드로 매년 북코스보다 2~3타가 더 나온다. 이 대회는 1·2라운드를 남북코스에서 번갈아 친 뒤 3·4라운드를 남코스에서 치러 우승자를 가린다. 상위권의 대다수와 주요 한국 선수들은 이날 북코스에서 경기했기 때문에 남은 사흘간 남코스를 넘어야 한다.
첫날 남코스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낸 선수는 6언더파로 공동 4위에 오른 피터 맬너티와 라이언 파머(미국)였다. 유력한 우승 후보인 세계 7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남코스에서 4타를 줄여 공동 21위로 첫날을 마쳤다. 세계 랭킹이 2위로 출전 선수 중 가장 높은 욘 람(스페인)은 3언더파 공동 32위, 디펜딩챔피언 마크 리슈먼(호주)은 1언더파 공동 69위(이상 남코스)에 랭크됐다. 한국산 샤프트로 이번 대회를 준비해온 애덤 스콧(호주)은 북코스에서 5언더파(공동 16위)를 적어냈다.
/박민영 기자 my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