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도 높은 직장인·공무원도 마통 5,000만원 이상 못 뚫는다

신한銀, 3일부터 한도 절반으로
DSR 40% 초과땐 본부서 심사
금융당국 가계대출 관리 압박에
우리銀·카뱅 등 줄줄이 대출 조여


연초부터 계속된 금융 당국의 가계 대출 압박이 턱밑까지 조여오고 있다. 신한은행 등 일부 은행에서는 고소득·고신용자라도 마이너스통장 신규 개설 한도를 5,000만 원까지 제한하고 나선 상황이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3일부터 ‘쏠(SOL)편한’ 직장인 신용대출과 공무원 신용대출 상품의 마이너스통장(한도거래대출 또는 통장자동대출) 한도를 5,000만 원으로 낮추기로 했다. 기존 상한액 1억 원에서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셈이다. 앞으로는 신용대출 한도가 1억 원으로 나오더라도 마이너스통장으로는 5,000만 원까지 빌릴 수 있어 나머지는 일반 신용대출을 이용할 수밖에 없게 된다.


신한은행은 신용대출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심사 기준도 강화한다. 이전까지는 DSR이 50%를 넘을 때만 본부 심사를 거쳤는데, 3일부터는 40%만 초과해도 본부 심사를 받아야 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최근 가계대출 증가세가 가파른데 실사용자의 생활 안정 자금 대출 등 자금 수요에 집중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축소하고 DSR 심사를 강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 당국이 가계 대출 관리를 압박하자 최근 은행권은 마이너스통장 대출을 속속 제한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우리은행은 ‘우리 주거래 직장인대출’ 등 10종의 마이너스통장 대출 상품의 한도를 기존 8,000만∼1억 원에서 최대 5,000만 원으로 크게 줄였다. 카카오뱅크 역시 지난달 22일 마이너스통장 대출과 고신용 직장인 대상 신용대출 상품의 한도를 1억 5,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내렸다. 같은 날 수협은행도 직장인 대상 ‘Sh더드림신용대출’ 상품 중 마이너스통장 신규 대출을 중단했다. 케이뱅크는 지난달 28일 직장인 대상 마이너스통장 대출 금리를 0.1%포인트 올려 최저 금리를 연 3.0%로 상향 조정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금융 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요구를 맞추기 위해서는 신용대출을 줄일 수밖에 없어서다. 주택담보대출 같은 필수 수요와 달리 마이너스통장을 비롯한 신용대출은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용 자금 등으로 쓰일 가능성이 더 크다. 연초 뜨거워진 주식시장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늘어나면서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올해 1월 한 달간 지난해 12월 말 대비 1조5,918억 원이 증가했다. 마이너스통장 역시 올 들어서만 지난달 28일까지 5대 은행에서 총 4만 3,143개가 새로 개설됐다.


금융 당국은 시중은행에 올해 가계 대출 관리 목표를 전년 대비 5% 증가하는 수준에서 억제하도록 권고하는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제어가 어려운 주택담보대출을 놔둔 채 가계 대출 증가율을 5% 수준에서 맞추려면 은행 입장에서는 신용대출을 조여야 한다”며 “소비자들로서는 올해 신용대출을 받기 매우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김광수 기자 br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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