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일 부산을 방문해 언급한 ‘한일 해저터널’ 사업을 두고 여야가 ‘친일’ 논쟁을 벌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일제히 ‘친일행위’라고 지적하자 홍준표 무소속 의원(전 자유한국당 대표)까지 나서 “반일 프레임, 철 지난 민족 감정”이라고 비판했다.
홍 정책위의장은 1일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 인터뷰에 출연해 한일 해저터널 건설 주장에 대해 “우리가 얻는 수익이 5라면 일본이 얻는 수익은 500이상이 될 것”이라며 “이거야말로 김 위원장이 말씀하신 이적행위에 가깝다”고 말했다. 이어 “해저터널을 통해 우리가 얻는 수익은 일본으로 차가 간다는 것밖에 없지만, 일본은 우리나라와 북한을 거쳐 중국, 러시아, 유럽까지 갈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라며 “한국보다 일본을 위한 정책인데 왜 갑자기 뜬금없이 말씀하시는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전날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한일 해저터널은 우리나라보다도 일본에 더 이익이 되는 사업”이라며 “회의에서 북풍·친일 DNA를 말했더니 참석자들이 전적으로 공감했다. 국민의힘의 나쁜 선거용 DNA를 사라지게 하는 첩경은 국민의 심판”이라고 했다. 우원식 의원도 “유라시아대륙의 시작점이자 관문인 대한민국 부산을 흔들지 말라. 한일 해저터널은 일본의 대륙진출만 허용할 뿐이라는 여론의 반대로 논의가 중단된 지 오래다”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의 ‘한일 해저터널 친일론’을 들고 나오자 반박에 나섰다. 야권은 정부가 북한에 원자력발전소를 지원하려 했다는 내부 검토 보고서가 나온 뒤 ‘이적행위’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한일 해저터널 사업이 부상된 후 여권이 오히려 야권을 향해 ‘친일 이적행위’로 공격하는 상황이다.
이에 부산지역 중진 하태경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은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도 친일 DNA 가 있다고 할건가?”라고 지적했다. 하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9년 9월 한일정상회담에서 ‘한일 터널이 건설되면 홋카이도에서 유럽까지 연결되니 미래의 꿈으로 생각해 볼 문제’라며 한일 해저터널은 원대한 꿈이라고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2003년 2월에 ‘한일간에 해저터널을 뚫어 일본과 한국, 러시아를 기차로 운행할 수 있게 된다면 경제적 의미뿐 아니라 한일관계가 가까워지는 것으로 이해돼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지적했다.
홍준표 의원까지 나서 민주당인 반일 프레임으로 민족주의를 자극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홍 의원은 “한일 해저터널 공약은 어제 오늘 갑자기 나온 공약도 아닌데 민주당이 이걸 두고 일본에 더 이익이 많느니 토착 왜구니 하고 또 반일 프레임을 짜는 것을 보니 참 못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고 말했다. 이어 “영국과 프랑스가 이웃에 살면서도 경쟁심으로 그렇게 사이가 좋지 않아도 도버해협을 해저터널로 연결해 양국이 공존 공영하지 않나? 바야흐르 세계는 하나로 가고 있는데 언제까지 철 지난 민족 감정에 사로 잡혀 좁은 우리 속을 벗어나지 말아야 하나?”라고 말했다.
/구경우 기자 bluesqua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