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반등에 성공하면서 이틀 만에 3,100선 재탈환을 눈앞에 뒀다. 자동차·화학·건설·금융 등 경기 민감 업종이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강력한 유동성이 증시를 이끌었던 올 초와는 다르게 최근에는 외국인들이 지수 방향성을 결정하는 영향력이 커지는 모습이다. 증권가에서는 최근 증시를 억눌러왔던 변수들이 완화되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투자 심리가 개선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반등에는 성공했지만 증시는 전 고점 아래에서 여전히 변동성이 심하게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32%(40.28포인트) 상승한 3,096.81에 마감했다. 지난 주 사상 처음으로 종가 기준 3,200포인트를 넘어섰다가 2,970선까지 급락을 경험한 코스피지수는 이번 주 들어 전날 2.7%를 포함해 이틀 동안 4% 넘게 올라 가파른 반등장을 만들어내고 있다. 미국 게임스톱발 변동성 확대와 중국의 통화 긴축 등 지난 주 증시를 억누르던 변수들이 다소 완화되는 모습을 보인데다 최근 조정으로 높은 주가 수준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면서 상승세로 돌아섰다는 평가다.
반등장을 이끈 것은 자동차와 화학·금융·건설 등 경기 회복과 관련한 수혜주식들이었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철강과 화학업종은 이익 증가 추세가 기대되는 가운데 외국인 순환매가 유입되면서 상승했다”며 “건설·건자재 업종은 서울 도심 주택 공급 대책 발표를 앞두고 강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종목 가운데 최근 이틀 동안 가장 상승률이 높은 50개 종목 중 화학주가 7곳, 자동차부품주 10곳, 건설·건자재·가구가 8곳 등 이들 3개 업종의 기업이 절반을 차지했다. 실제로 해당 기간 가장 많이 오른 종목은 화학주인 효성티앤씨(298020)로 38.9%의 급등세를 보였으며 효성첨단소재(298050)(24.06%), 에넥스(011090)(21.72%), 코오롱인더(120110)스트리(20.05%), 아남전자(008700)(20.03%) 등의 순이었다. 초대형 우량주 사이에서도 이런 특징은 고스란히 나타났다. 시가총액 상위 30개 종목 가운데 가장 상승률이 높았던 종목은 SK이노베이션으로 이틀간 13.39%를 기록했다. 2차전지 기업으로서의 성장성과 함께 정유·화학 기업으로서의 경기 회복 기대감까지 반영됐다. 이외에 기아차(000270)(8.00%), POSCO(005490)(6.12%), SK하이닉스(000660)(5.69%) 등이 코스피지수 상승률(4.05%)을 웃도는 성과를 기록했다. 이날 역시 상승률 상위 종목에 아남전자(19.21%), 코오롱인더(17.04%), DL(12.35%), 한화투자증권(003530)(12.35%), 상신브레이크(041650)(11.84%) 등 자동차부품·화학·건설·증권 등의 경기 민감주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최근 반등장에서는 외국인 투자가들의 매수 여부에 따라 성과가 극명하게 갈라졌다.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 움직임에 따라 증시를 좌지우지했던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증시와는 확연하게 달랐다. 조정 과정에서 외국인의 매수·매도 입장 변화를 국내 증시의 가장 큰 변수로 예상했던 증권가의 분석이 맞아떨어진 셈이다. 실제로 이틀 동안 외국인의 순매수가 가장 많았던 의약품과 화학 업종은 각각 5.44%와 5.95% 오르면서 건설업(7.1%) 다음으로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제약 업종은 전반적인 강세 속에서 대장주인 셀트리온(068270)(-4.18%)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항체 치료제의 치료 효과에 대한 우려가 나타나면서 하락했다. ‘한국판 게임스톱’에 대한 기대도 있었지만 악재에 터져나오자 힘을 잃은 모습이었다.
이틀 연속 순매수세를 보이며 반등을 이끌었던 외국인과 달리 기관은 이날은 순매도세로 전환했다. 특히 국민연금을 포함한 연기금은 이날도 순매도세를 유지하면서 지난해 12월 24일 이후 26거래일 연속 순매도세를 이어갔다. 연기금의 종전 최장 연속 순매도 기록은 2009년 8월 3일부터 9월 9일까지 28거래일 연속이다. 당시 연기금은 2조 6,323억 원을 순매도했지만 현재 연기금은 26거래일 동안 9조 1,119억 원어치의 물량을 증시에 쏟아붓고 있다.
증시가 일단 반등에 성공했지만 지난해 말과 올해 초에서 보여줬던 ‘극적인’ 상승세를 보이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증시를 짓누르던 악재가 일부 완화되기는 했지만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라 우상향하는 추세는 그대로지만 당분간 변동성이 심한 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국내 증권사 대부분은 이달 코스피지수의 상단을 전 고점인 3,200선, 하방을 2,700선 안팎까지 예상할 정도로 상하단 폭을 넓게 보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투자 심리 위축과 수급 불안으로 당분간 급등락 과정이 반복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박성호 기자 jun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