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은 수십 년 돼야 열매 맺는 올리브나무...코로나백신도 수십년 기초연구덕에 개발"

'KAIST 서밋' 참여 라파엘 라이프 美 MIT 총장,
코로나 백신 1년 만에 개발한 건
수십년 걸친 기초과학 연구 덕분
당장 효용성 없어도 꾸준히 추진을
대학은 사회 성장엔진 역할해야

라파엘 라이프 미국 MIT 총장이 3일 KAIST 서밋에서 오랜 기초연구 투자와 시장성 있는 기술로의 빠른 전환을 강조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열매를 맺으려면 수년에서 수십 년이 걸리는 올리브 나무처럼 기초연구를 키워나가고 빠르게 시장성 있는 기술로 바꿔나가야 합니다.”


라파엘 라이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총장은 3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개교 50주년을 기념해 온라인으로 열린 ‘KAIST 서밋’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에 활약하는 모더나 백신이 기초과학 연구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라며 이같이 밝혔다.


라이프 총장은 보통 개발 기간이 10년 이상 걸리는 코로나 백신을 1년여 만에 개발한 것을 예로 들었다. 그는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 같은) mRNA 백신이 하룻밤 사이에 거둔 성공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수십 년에 걸친 조심스럽고 신중한 기초과학 연구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당장은 효용성이 눈에 보이지 않는 기초연구도 계속해서 꾸준하게 추진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대학이 사회의 성장 엔진 역할을 해야 한다는 지론도 거듭 피력했다. 그는 “(MIT가 있는) 보스턴의 대부분 스타트업은 대학과 MIT 연구자들이 이끌어가고 있다”며 “자본, 전문 역량, 장비와 실험실, 비슷한 관심사의 사업가들을 연결해주고 있다”고 소개했다.





라이프 총장은 KAIST 등 대학들이 기후변화와 같은 글로벌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융합 연구를 확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강한 야구팀을 만들기 위해 감독이 장점이 각자 다른 선수를 모아 동기부여를 해야 한다”며 “대학도 여러 학문 분야의 인재를 한곳에 모아 협업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MIT의 경우 최근 섬유·광산·교통·제약 회사 등의 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탈탄소 사회를 달성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했다.


마스 가쓰야 일본 도쿄공업대 총장은 “대학이 사회 구성원이 원하는 미래의 모습을 제시해야 한다”며 도쿄공대가 지난 2018년 말부터 미래를 주제로 사회 구성원 누구나 자유롭게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워크숍(디랩·DLab)을 열고 있는 것을 소개했다. 디랩에서는 도쿄공대 교원과 학생은 물론 정부·기업·일반인 등이 참여해 구체적인 미래를 구상하면 과학·인문학 등 분야에서 어떤 연구가 필요한지 끌어낸다.





마스 총장은 이어 “대학은 미래를 계획하고 어떤 지식과 기술이 미래로 인도할 수 있을지 의견을 제시해야 혁신의 씨앗이 돼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제학자인 모턴 샤피로 노스웨스턴대 총장은 고(故) 김대중 대통령을 청와대로 예방했던 것을 회상하며 “한국의 기적이 바로 KAIST의 기적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소득과 성장의 평등을 달성하거나 기후변화를 극복하는 데 있어 다학제적인 연구가 매우 중요하다”며 “학문 간의 경계와 벽을 허물어뜨리는 게 매우 시급하다”는 소신을 피력했다.





신성철 KAIST 총장은 “탐구 중심의 기초연구와 기술 중심의 응용 연구가 똑같이 중요하다”며 “나노마스크의 개발은 응용 연구이나 고품질 나노 물질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기초연구가 필요하다. 스마트폰의 경우 양자역학·전자기학·신호처리·인공지능·알고리즘 등의 기초연구가 없이는 실현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KAIST는 바이오 메디컬, 에너지·환경, 우주, 국방을 주요 4차 산업혁명 과제로 지정하고 연구 선도 대학, 퍼스트무버가 되겠다”며 “학문적·기술적·경제적·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글로벌 가치 창조 선도 대학이 될 것”이라고 의지를 보였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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