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보험과 함께 4대 보험으로 꼽히는 건강보험과 장기요양보험료의 재정 상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해마다 이용자가 부담하는 보험료를 올렸지만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한 ‘문재인 케어’로 늘어난 지출을 메꾸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에 따른 각종 지출 증가로 보험료가 더욱 가파르게 인상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건강보험료 인상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것은 코로나19 위기로 수입은 준 반면 예상치 못한 지출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백종헌 국민의힘의원실이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건강보험료를 6개월 이상 체납한 직장 사업자 수는 약 5만 7,000개소, 체납액은 7,303억 원을 기록했다. 직전 연도인 2019년 체납액(5,941억 원)에 비해 1,362억 원 증가했다. 여행·숙박업 등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큰 업종에서 체납액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예상 지출액은 불어나고 있다. 정부는 전 국민이 코로나19 백신을 무료로 접종받을 수 있도록 하면서 접종비 재원의 상당 부분을 건강보험에서 조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아직 구체적인 부담액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건강보험 재정에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19뿐만이 아니다. 현 정부는 유방 초음파, 뇌 자기공명영상(MRI) 등 그동안 비급여였던 항목을 급여로 전환해 건강보험 보장률을 오는 2022년까지 70%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 보험료 인상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실제 그동안 건보료 인상률 추이를 보면 2019년 3.49%, 2020년 3.20%, 2021년 2.89% 등 매년 3% 내외 인상이 단행됐다.
그러는 사이 건강보험 적자는 이어지고 있다. 2011~2017년 줄곧 흑자를 기록한 건강보험은 문재인 케어가 본격화된 2018년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국회 예산정책처 전망에 따르면 그동안 적자를 건강보험기금 적립금으로 메워왔지만 현 수준의 건강보험료 인상률을 유지하고 문재인 케어가 예정대로 실시될 경우 2026년에는 적립금마저 완전히 고갈될 것으로 전망된다.
장기요양보험도 매년 이용자로부터 받는 보험료를 인상하고 있지만 재정 악화가 우려되기는 마찬가지다. 올해 장기요양보험료율은 11.52%로 직전 해(10.25%)보다 1.27%포인트 올랐다. 보험료율은 2010년부터 2017년까지 6.55%로 동결됐다가 2018년부터 4년 연속 인상됐다.
장기요양보험은 노인성 질병으로 거동이 불편해진 국민에게 목욕·간호 등 요양 서비스 비용을 지원하는 사회보험료로, 고령화 추세에 따라 매년 지출이 늘고 있다. 장기요양보험료는 건강보험료에 장기요양보험료율을 곱해 산정되는 만큼 건보료가 상승하면 따라 오른다. 장기요양보험 또한 2016년부터 당기 수지 적자가 발생해 적립금으로 적자를 메우고 있는 상황이다.
두 보험 모두 이용자가 낸 보험료에 더해 국고 지원금으로 이뤄지지만 그동안 보험료 인상이라는 가장 쉬운 방법으로 재정을 확충할 뿐 근본적인 재정 절감 대책은 없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건강보험과 장기요양보험의 국고 지원율은 각각 14%, 19%로 법정 기준인 20%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르면 건강보험에 대한 국고 지원은 보험료 예상 수입의 20%를 하도록 했지만 불명확한 규정 때문에 실제 지원율은 이에 못 미치고 있다”면서 “국고 지원을 현실화하고 필요하다면 법 개정까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주원 기자 joowonmai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