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유엔난민기구 특사인 배우 앤젤리나 졸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세계 (정치) 지도자들이 연민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반 총장과 졸리 특사는 5일 열린 제3회 연세대 글로벌지속가능발전포럼(GEEF) 특별대담에서 코로나19 대응 속 소외된 전 세계 아동·여성·난민을 위한 범지구적 협력의 필요성을 논의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반 총장은 연세대 글로벌사회공헌원 명예원장을 맡고 있다.
온라인으로 40분간 이어진 특별대담에서 졸리 특사는 "코로나19로 불평등이 심화하고 이전에 취약했던 부분들이 그대로 노출됐다"며 "이기심에 차서 나를 우선시하기보단 타인의 건강과 권리 등을 배려해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몇몇 국가가 백신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다른 무수히 많은 국가는 백신을 받지 못해 취약해지고 있다"며 "이기적인 행동은 단순히 불친절하고 불공평한 것이 아니라 무지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반 총장은 "타인을 배려하고 측은히 여기는 '연민'이 필요하다는 말"이라며 "다른 사람을 배려하기보다는 자신을 돌보려는 것이 인간의 본성인데 불행하게도 지금 세계 지도자들은 인간 본성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난민 문제에 대해 '사람에 대한 투자를 아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졸리 특사는 "모든 실향민은 뛰어나고 비범한 사람들인데 우린 이들을 자주 부담이나 짐으로 취급한다"며 "이들을 국가의 미래로 생각하고 사람에 투자해야 한다"고 했다. 반 총장은 "저 또한 한국전쟁을 겪은 실향민으로서, 당시 경험이 오늘날까지도 생생히 기억난다"며 "난민과 실향민을 제대로 교육하고 권한을 부여한다면 이들 중 유엔 사무총장이 나오지 말란 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진행된 기조연설에서 김용 전 세계은행 총재도 백신의 평등한 제공을 강조했다. 김 총재는 "백신을 모든 국가가 평등하게 사용하지 않으면 더 많은 변이가 발생해 팬데믹이 활성화되는 끔찍한 결과가 발생할 것"이라며 "백신은 평등하게 제공돼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김 총재는 "한국의 코로나19 방역 대응력에 막대한 자긍심을 느낀다"며 "1997년 외환위기 때처럼 시민들이 하나로 연대하고 뭉쳐 위기에 대응하고 2015년 메르스 당시 팬데믹에 대한 준비를 갖춘 덕분"이라고 말했다.
/박예나 인턴기자 yen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