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과 빈곤에 내몰린 아동·여성에게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극복 이후에도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포용과 연민입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유엔난민기구(UNHCR) 특사인 영화배우 안젤리나 졸리가 5일 연세대학교가 주최한 ‘제3회 글로벌지속가능발전포럼(GEEF)’ 특별대담에서 “난민과 소외계층에 우선순위를 두지 않는다면 전세계가 ‘포스트 코로나’시대에도 진정한 성공을 거뒀다고 볼 수 없다”며 한 목소리로 글로벌 지도자들의 행동을 촉구했다.
연세대 글로벌사회공헌원(IGEE) 명예원장인 반 전 총장은 전세계 당면 문제해결에 대한 인식확산을 목적으로 지난 2018년부터 글로벌지속가능발전포럼을 이끌고 있다. 졸리는 지난 2001~2012년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에 이어 2013년 특사·고등판무관으로 임명된후 콜롬비아, 페루, 방글라데시 등 60개여국을 찾아 난민 구호 활동을 벌여오고 있다.
온라인 대담에 나선 반 전 총장은 “국가간·계층간 불평등 위기가 코로나19로 더 확산되고 심화되고 있다”며 “선진국간 벌어지는 코로나 백신전쟁에서 보여지듯 국가 이익우선에 불평등 현상은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이번 대담 주제인 ‘포스트 코로나에서 누구도 소외되지 않기’ 를 실현하는 덕목으로 연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타인을 측은히 여기는 연민이 필요하다”며 “다른 사람을 배려하기보다는 자신을 돌보려는 것이 인간의 본성인데 불행하게도 지금 세계 지도자들은 인간 본성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졸리 특사는 “무기보다 더 강한 것은 사람에 대한 존중이고 서로 협력하고 균형점을 찾는 것이 공존하는 최선의 방법”이라며 “이기적인 행동은 단순히 불친절하고 불공평한 것이 아니라 무지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20여년간 난민구호 경험을 소개한 졸리 특사는 “무국적자로 떠도는 난민들이 빈곤과 각종 범죄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며 “세계 각국이 이 같은 불의의 근본적 원인이 무엇인지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졸리는 난민들의 뛰어난 ‘회복 탄력성’을 들며 세계 각국이 이들을 ‘짐’ 취급하는 것을 경계했다. 그는 “난민들 가운데 의사, 변호사, 기술자등 능력을 갖춘 사람들이 많고 무엇보다 역경을 헤쳐나가는 강인함이 있다”며 ”이들을 제대로 도와준다면 본국으로 돌아갔을 때 국가재건의 주역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한국전쟁으로 자신도 실향민이었다고 밝힌 반 전 총장은 “실향민 때 받은 유니세프와 유네스코의 지원을 아직도 있지 못한다”며 "난민에게 제대로 교육환경을 제공하고 권한을 부여한다면 수십년후에 이들 중 유엔 사무총장이 나오지 말란 법이 없다"고 말했다.
졸리도 “도움이 절실한 소외된 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은 인류의 미래를 바르게 세우는 일”이라며 “강대국들이 정치적·상업적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돕는 것은 인본주의적이고 스마트한 투자”라고 덧붙였다.
/박현욱 기자 hw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