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의 '그린' 라이프…기업들은 '그린' 라이트

[심희정의 컨슈머 인사이트]
 포스트 코로나 '환경의 중요성' 커져
 MZ세대 중심 '미닝 아웃' 소비 부상
 기업들도 ESG 경영으로 광폭 동행
 폐가죽·페트병 '패션템' 블루오션에
 화장품업계도 성분부터 포장재까지
 친환경 클린뷰티 브랜드 잇따라 론칭






“이 컵 재활용되나요?(세화여중 2학년 박 모 양)” “텀블러와 장바구니는 가방 속 필수템이죠. 아직도 안 갖고 다니는 분이 있나요?(순천향대 문화인류학과 2학년 박 모 씨).”


지구를 동반자로 인정하고 함께 살아가지 않으면 함께 종말을 맞을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 속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덮치자 소비자들은 친환경을 구매 결정 요소로 삼는 필(必) 그린슈머로 거듭나기 시작했다. 지구의 고통에 대한 결과가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당장 내가 살고 있는 현시대에 나타나고 있는 것을 눈앞에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겨울왕국’이 된 사하라 사막 50년 만에 영하 기록, 케냐 등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는 메뚜기떼 습격, 인도네시아·이탈리아·일본 등에서의 용암 분출과 화산 폭발, 필리핀·남미 등에서 계속된 강진, 한반도 강설과 한파. 새해를 맞아서도 지구의 신음은 더욱 커지고 있다.


MZ세대 중심의 ‘미닝아웃’ 소비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전 연령층으로 확산되면서 소비재 산업 생태계의 지각변동으로 이어지는 추세다. ‘지속 가능’함을 위한 노력이 과거에는 기업의 호혜적인 사회공헌활동(CSR)에 그쳤다면 친환경이 필경영 요소가 되면서 환경을 외면하는 기업은 갈수록 발붙일 곳이 없는 시대가 되고 있다.



◇글로벌 경영 화두로 떠오른 ESG란=매출과 영업이익보다 얼마나 환경을 보전하며 수익을 창출하는지가 기업의 새로운 평가 기준으로 떠올랐다. 바로 환경·사회·지배구조를 뜻하는 ‘ESG’ 경영이다. KPMG는 “ESG 등급이 기업의 이익과 필연적으로 연결되며 인수합병(M&A)에 관심 있는 기업들은 부랴부랴 ESG 관련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유럽연합(EU)도 오는 3월부터 역내 모든 금융사를 대상으로 ESG 관련 공시를 의무화한다고 나섰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은 지난해 “투자 결정 시 지속 가능성을 주요 기준으로 삼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올해 ESG 경영을 경영 화두로 내세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이제 사회적 가치가 기업의 생존과 사업의 성패를 결정짓는 핵심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손경식 CJ그룹 회장도 “코로나19 위기로 각국의 공동체 의식이 강화된 만큼 글로벌 자본시장에서는 ESG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업계 처음으로 환경부의 통합환경허가를 취득하는 등 매일 친환경 정책을 경쟁적으로 쏟아내며 깨어 있는 MZ세대에 구애하는 중이다.


◇‘I was plasitc’이 패션의 블루오션 되다=패션 업계 관계자들이 “업사이클링 제품에 대해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가 더디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기업의 친환경 제품은 CSR이나 공익 캠페인 차원에서 진행한다”고 호소했던 게 불과 3년여 전이다. 그러나 ‘위드(with) 코로나’시대에서 지구환경을 오염시키는 주범으로 꼽혀온 패션 기업들의 지속 가능을 위한 노력은 일상이 되고 있다. 폐차장에서 받아온 빈티지한 카시트, 자동차 AS센터에서 나온 가죽, 신차 제작시 발생하는 잉여 가죽으로 만든 가방 브랜드 ‘모어댄’은 5년 전만해도 주목받지 못했지만 최근 많은 ‘패피’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바다에서 폐기물을 건져 업사이클링하려는 기업들 간의 경쟁으로 최근에는 되레 폐기물의 몸값이 높아졌다는 우스갯말도 나온다. 현대자동차는 매년 진행하는 글로벌 패션 프로젝트 ‘리스타일’에서 유명 글로벌 디자이너들과 손잡고 차량 유리, 카펫, 에어백, 폐가죽 시트로 만든 한정판 패션 아이템을 선보이고 영국의 셀프리지스백화점에서 판매하기도 했다. 블랙야크는 페트병을 모아 옷을 만드는 데서 나아가 청계산에 페트병 수거기를 설치하며 리사이클링 생태계 구축에 앞장섰고, 나우는 지속 가능한 삶에 대한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담은 ‘나우 매거진’을 통해 끊임없이 젊은 층에게 환경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왔다.


◇계속되는 친환경·무라벨 패키지 행렬=지난달 25일부터 자원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올해는 식음료·주류·화장품 등의 용기 상당수가 친환경 용기로 탈바꿈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CJ제일제당은 석·박사 연구원들로 구성된 패키징센터를 가동시켰다. CJ제일제당은 비비고 HMR 파우치의 플라스틱 사용량을 지난해 총 92톤, 백설 고급유 페트병 111톤을 절감했다. 이는 500㎖ 생수병의 약 92만 개, 1,110만 개에 달하는 수준으로 올해는 햇반 플라스틱 사용량을 4,000톤 이상 줄일 예정이다. GS25는 25일부터 파우치 음료를 구매하면 제공하는 빨대를 모두 친환경 생분해되는 것으로 교체한다. 이에 따라 1억 개의 플라스틱 빨대가 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빙그레는 무라벨 패키지의 ‘아카페라 심플리’를 6개월 만에 100만 개 팔았고, CU도 무라벨 PB 생수병을 선보였다.


◇자연으로 돌아가자…클린뷰티 열풍=자연을 아끼고, 자연으로 돌아가고, 자연에서 해답을 찾는 노력들이 더해지며 뷰티 시장에서는 ‘클린뷰티’ 열풍이 불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파동 등을 경험하며 성분에 깐깐해진 한국의 그린슈머들 덕분에 뷰티 시장은 ‘클린뷰티’ 브랜드로 채워지는 추세다. 클린뷰티 브랜드는 인간의 건강과 환경에 대한 이슈가 없는, 보다 안전한 원료를 사용하고 동물실험을 반대하며 친환경 포장재를 갖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7일 클린뷰티 브랜드 ‘어웨어’를 선보였고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해 말 ‘로이비’를 론칭했다. 풀무원건강생활이 클린뷰티 콘셉트의 ‘브리엔’을 지난달 처음 선보인 데 이어 클린뷰티코리아는 국내 처음으로 유럽과 미국의 엄격한 기준(클린뷰티 기준에 반하는 1,600여 가지의 사용 금지 원료를 제외)에 근거해 만든 ‘쁠랑 드 지(Plan de G)’를 이달 출시한다. 성분, 제조 과정, 용기, 패키지까지 친환경 기술을 적용해 친환경 인증 마크인 ‘로하스 인증’을 받았다.


◇집콕 및 홈트 라이프도 ‘건강 먹거리’에 영향=코로나19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자 등산, 사이클, 요가, 명상, 홈트레이닝(홈트)이 재부상했다. ‘집콕’ 생활의 장기화로 ‘수행 라이프’ 트렌드가 이어지면서 사람들은 ‘잘 먹고 잘 살자’로 귀결되는 모습이다. 이로써 무항생제 삼겹살과 유기농 신선 식품, 친환경 농산물, 식물성 비건 푸드, 칼로리가 낮은 로 푸드, 무알콜 맥주가 덩달아 인기를 끌고 있다. 친환경 식품 유통 업체 오아시스는 이 같은 추세가 반영되며 1년 새 영업이익이 10배 증가, 폭풍 성장을 이뤘다. 남윤주 블랙야크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팀장은 “운동을 하면서 몸에 관심을 갖게 되니 자연스럽게 건강한 먹거리를 찾기 시작했다”며 “필 그린슈머의 친환경 소비의 첫 단추는 내 몸에 건강한 먹거리를 주는 것부터”라고 귀띔했다. /심희정 라이프스타일 전문기자 yvett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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