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플랫폼법으로 족쇄 채우면서 산업 선도해달라니"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주최한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 보호법 관련 토론회가 5일 서울 영등포구 전경련회관에서 개최됐다. /방통위 유튜브 갈무리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는 가운데 이미 멍에를 지고 소처럼 경작하고 있는 IT(정보통신) 기업들에게 족쇄를 채우는 느낌입니다. 문재인 대통령께서 한편으로는 산업을 선도해달라고 하시는데, 반대쪽으로는 족쇄를 더하려고 하니 혼란스럽습니다."


검색포털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메신저 같은 대형 온라인 플랫폼을 규제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시도가 이어지면서 업계의 불만도 고조되고 있다.


5일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한상혁)가 주관하고 이원욱 위원장 등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 13명이 공동 주최한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 보호법' 토론회에서는 전혜숙 의원이 발의한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온라인 플랫폼법)을 놓고 관련 전문가들과 업계의 의견 교환이 이뤄졌다.


온라인 플랫폼법에는 일정 규모 이상의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에게 이용자 보호를 위한 각종 의무를 지우는 내용이 담겼다. 구체적으로 △서비스 이용 제한 등에 대해 이용자에게 미리 통지 △이용자 정보를 부당하게 이용하지 말 것 △결제·환불과 관련해 이용자 피해를 예방하고 권익을 보호할 것 등이다. 구글·페이스북은 물론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플랫폼 역시 수범 대상이다.


박성호 인터넷기업협회 사무총장은 “소비자를 보호하는 것을 누가 반대하겠나”라면서도 “지금 소비자 보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미 현 산업이 “소비자와 판매자, 기업을 연결하고 이 과정에서 편익을 제공하는 것이 플랫폼의 의무이기 때문에 소상공인의 이익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구조”라는 것. 또한 박 총장은 “이미 3,000개에 달하는 법령으로 규제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구멍이 있다면 보완하면 되는데 왜 새로운 법이 필요한지에 대해 설득력 있는 대답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성엽 고려대 교수 역시 “온라인 플랫폼 사업이 기존 네트워크 사업이나 오프라인 사업과 비교해 독과점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입법 필요성은 인정된다”면서도 “그런 위협이 현실화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는 벤처기업 육성이나 혁신과 관련해서는 항상 미국을 보고 방향을 제시하는데 규제 입법은 EU(유럽연합)을 따라가려는 경향이 있다”며 “EU는 미국을 바라보고 글로벌 IT 기업을 규제하기 위한 정책적 목적이 있다면 우리는 EU와 달리 토종 플랫폼의 경쟁력 문제가 달려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경진 가천대 교수는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사회적 규제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선언적 자율규제가 아닌 구속적 자율규제가 이뤄졌을 때 과징금 면제나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함께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새로운 법이 만들어졌을 때 중복규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온라인 플랫폼법을 두고 방통위와 공정거래위원회 간의 역할 문제도 부상했다. 공정위가 발의한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이 현행 전기통신사업법과 중복규제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이 법안에는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입점업체와 계약서 작성을 의무화하고 경제적 이익 제공을 강요하거나 손해를 떠넘기는 행위 등을 제재하는 근거가 담겼다. 방통위가 추진 중인 법안은 대규모 플랫폼 사업자에게 규제를 폭넓게 부과하고 이용자 보호 관련 내용을 포함했다는 점이 차이다.


/오지현 기자 ohj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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